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5.30 16:20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6월 1일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연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와 송 후보는 지난 27일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고 그 자리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도 여김없이 공항 이전·건설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는 공항 자리를 대규모 택지 등으로 개발하겠다며 민심의 선택을 받으려 했다. 말이 '이전'이지 사실상 '폐쇄'다. 

특히 김포공항은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 비즈니스 공항으로 인기가 높다. 다른 공항이 대신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이제 기지개를 켜고 수요가 몰릴 공항을 폐쇄하자는 주장에 항공업계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실제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40만명 이상이 김포~부산 노선을 이용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들렀다가 부산으로 갈 때 주로 이용하는 교통편이 비행기라는 것이다. 만약 김포공항이 없어진다면 항공편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제주도는 물론 고속철도가 다니는 부산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표를 위해 매번 들고나오는 '클리셰'라지만 이번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당내에서도 공개적으로 찾기 힘들 지경이다. 오히려 이 문제로 인해 당내부의 의견이 찢기며 '콩가루 정체성'이라는 상대당의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인 조응천 의원부터 김포공항 폐쇄·이전 문제에 대해 30일 "대선 당시 송영길 대표가 무지하게 밀었고, 이재명 후보도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면서 "그때 이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느냐"라며 공개 반박했다. 

이뿐 만 아니다. 이미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29일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제주 지역구 의원들과 오영훈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도 29일 "제주의 미래는 이 후보와 송 후보에게 있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포공항의 인천공항으로의 이전은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의 공약과도 배치된다. 같은  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배국환 성남시장·김병관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배 후보는 "미군은 다 평택으로 갔고 대통령은 김포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후보는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해 경기남부국제공항을 설립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 자기가 했던 말과도 달라졌다. 이 후보는 불과 석 달 전 대선 후보 당시 "중국·일본 등과 직통할 수 있는 김포국제공항은 강서구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젠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출마하자 없애야 할 '부채'라고 말을 바꿨다. 

이 후보는 선거 유불리에 따라 공약을 뒤집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본인은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한다고 말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당선된 후 다른 변명을 찾아서 못할 일이라고 선언할지 모르는 일이다.

공항과 고속철도와 같은 핵심 사회기반시설은 중앙 정부가 수년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범국가 차원에서 논의해도 모자랄 사안을 국회의원·지자체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민주당 후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성남 서울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해 아파트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등 개발 공약을 쏟아내며 표 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얻는 편익이 쓰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한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건설안을 의결했다. 부산시장 성추행 추문에 따른 지역 민심을 무마하려 추진했다고 해서 속칭 '오거돈 공항'이란 오명이 붙었다. 

김포공항 이전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여행객 불편과 항공산업에 미칠 부작용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이 후보는 여전히 "정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쉽지 않다고 포기하는 일, 하기 싫거나 부담이 돼서 회피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천·제주 공항 등을 제외한 지방 공항 11곳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길을 통해 적자나 부작용만 일으킬 바에는 잘닦아 놓은 예전 길을 보수하고 확충하는게 나을 듯하다. 

과거에도 노태우의 예천공항, 김영삼의 양양공항, 김대중의 무안공항 등이 생겼다. 이곳들은 막대한 적자가 쌓이고 있다. 

신중한 검토와 고민 없는 공항포퓰리즘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국민들에게 부담만 준다. 매표용 '공항 이전' 공약은 철회하고 진정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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