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6.09 10:25

원자재 가격 급등락·최저임금 변동 시 분담…대기업, 반대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손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왼쪽 네 번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태원(왼쪽 다섯 번째) SK그룹 회장 등과 손을 모으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소기업계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의 하반기 국회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양상이다. 

여당은 이를 '1순위 입법'으로 강조하고 있고 야당도 '당론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정치권의 전반적 상황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발의할 예정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측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1순위 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측도 "정무위원회에 하도급법 개정안으로 관련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9일 법안 발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이 법안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납품단가연동제'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지난 2008년에 도입이 검토됐으나 시장원리 훼손, 중소기업의 혁신의지 약화, 대기업의 해외부품업체 선호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납품단가 조정협의'만 의무화되고 '연동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한 사항이었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연동제 도입은 시장 자율을 해칠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이 도입하는 쪽으로 정리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공정위의 표준계약서 의무화 방침을 위반할 경우 하도급 대금 지급 등의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연동 폭과 적용 원재료 등은 추후 시행령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위탁 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과 계약서 작성 내용에 따라 수탁 기업이 위탁 기업에 요청하지 않아도 납품 단가에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실행력 제고를 위해 상임위를 거치며 적용 대상 등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납품단가연동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구리·알루미늄 등 일부 원자재를 대상으로 하반기 납품단가연동제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시범사업을 거치지 않고 제도가 본격 도입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김경만 의원 등이 원자재 기준가격을 정한 뒤 기준가격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 이상으로 오르면 추가 비용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생협력법·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표준계약서 모델은 공정위가 준비 중인 '모범계약서'를 바탕으로 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공정위는 정부의 하반기 납품단가연동제 시범 사업을 위해 8월까지 원사업자와 수급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납품 단가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서 양식을 준비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연동 대상 원자재, 기준가격, 납품 단가 조정 시기, 지급 방법 등이 담기게 된다.

이런 가운데, 성 의장은 지난달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 하도급법 개정을 언급하며 입법을 약속한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1순위 입법 과제로 삼았다.

민주당도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경만 의원에 이어 정태호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납품단가 연동 기준 비율(기준 비율)은 업계가 요구한 3%대로 잡았다.

납품단가 연동 기준 비율(기준 비율)을 3%대로 잡았다는 의미는 애초 법안의 취지가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거나 최저임금이 상승 또는 하락할 때 변동된 금액에 관한 분담을 원청사와 하도급사 간 약정서에 담도록 한다'는 것임에 비춰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승된 비율만큼 전부 반영하지 못할지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3%대 정도는 반영해주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즉, 계약서에 원자재 기준가격을 기재하고 해당 원자재 가격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 오르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공정위나 중기부 장관이 시정조치·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한편, 정태호 의원 측은 공동발의자를 모집 중이며 늦어도 다음주에는 발의할 계획이다. 기준 비율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의 단서가 되는 조건이다. 3%일 경우 원자재 가격이 이 비율 이상 넘어가면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따라서 이 값이 낮을수록 중소기업에게는 유리하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미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 이미 상정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4일 업계와 만나 연동제 도입을 약속한만큼, 해당 법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될 수도 있을 거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여야가 먼저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어 법안이 상정되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기업 등은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주최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아무리 좋은 원자재를 쓰더라도 시장에서 수요가 없다면 가격은 0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만일 제품의 가격이 일정 수준 보장된다면 시장 왜곡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측도 일말의 우려는 표명했다. 가격에 대한 인위적 개입 가능성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공정위 입장에서는 시장 경제에서 가격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대단히 경계한다"며 "관행 개선 없이 모든 것이 입법으로만 흘러가는 모습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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