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2.06.09 12:10

기업은행, 피해자들로부터 '사모펀드 쪼개기'로 고발당할 위기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사기피해대책위원회)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25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구속됐다. 장 대표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경찰도 윗선 개입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9일 서울남부지법(권기만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지난 8일 장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도주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인 회사 임원 김 모 씨는 혐의가 가볍지 않지만,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장 대표 등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펀드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를 숨긴 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금융상품인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7년부터 2019년 4월까지 기업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지난해 4월 기준 2562억원 규모 펀드가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로 환매가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몇 달간의 내사 끝에 경찰은 지난해 7월 장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장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취지로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은 자료를 보강해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지난 2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경찰은 "윗선 개입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기 위해 영장을 신청했다"며 이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할 경우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앞서 장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무실, 판매사인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형인 장하성 주중대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디스커버리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당시 재직했던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도 지난달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기업은행이 투자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로부터 이른바 '사모펀드 쪼개기'에 대해 고발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50인 이상의 투자자가 모인 공모펀드를 49인 이하의 사모펀드로 쪼개 공모규제를 피했고, 기업은행이 이를 알면서도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사모펀드 쪼개기와 펀드 돌려막기 혐의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추가 고소고발을 사법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펀드 쪼개기는 돌려막기를 통한 부정한 수익창출의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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