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6.14 10:15

'제보사주 의혹'은 무혐의 처분…박용진 "국정원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적절"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박지원 전 원장 페이스북 캡처)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박지원 전 원장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적용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박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 씨가 박 전 원장과 공모해 언론사에 제보했다며 ‘제보사주’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박 전 원장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거론하며 언론에 "윤우진 사건 자료를 다 갖고 있다"며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왜 밟느냐"고 쏘아붙였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이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제보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원장과 제보자 조 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고 박 전 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 발언'이라며 고발했다. 공수처는 수사 결과 박 전 원장이 ‘(윤 대통령이) 윤우진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에 대한 서면조사를 진행했고, 조 씨는 직접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조 씨와 함께 언론 제보 과정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함께 고발된 조 씨와 성명 불상의 국정원 직원 A 씨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박 전 원장과 조 씨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저에게 저지른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저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서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국민과의 신뢰관계에 치명적 흠집을 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전 원장은 저와 '복잡하게 살았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제 정치이력을 언급한 거라고 거짓말만 하나 더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명백한 국정원직원법 위법사항"이라며 "철저히 보안이 지켜져야 할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 전직 국정원의 수장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고, 윤 대통령의 'X파일'도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내세우려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질타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장 자리는 그만 두고 나온 순간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가 된다. 오죽하면 국정원이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나"라며 "국정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한 3년 정도는 봐도 못 본 것처럼, 들어도 못 들었던 것처럼, 하실 말씀이 있어도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정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앞으로도 안 하시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른바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전 원장이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을 예측하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대외비를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박 전 원장으로서는 자신이 정·재계 인사들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부각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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