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6.20 12:32

"코로나로 고용의 질 저하…일거리 부재,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 비자발적 요인에 주로 기인"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최근 우리 고용의 질이 회복되고 있으나, 속도는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0일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해 고용의 질 지수를 산출하고 감염병 확산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정도를 평가했다.

고용의 질 지수는 종사상지위의 안정성, 근로시간, 노동자가 속한 부문(산업·종사자규모·직업)의 실직위험 3가지 항목을 이용해 산출했다. 3가지 평가항목 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될 경우 '취약노동자'로 정의했고 이 가운데 2가지 항목이 취약하면 '다소 취약군', 3가지 항목 모두에서 취약하면 '매우 취약군'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최근 고용의 질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긍정적이었지만, 회복 속도는 고용의 양 대비 다소 더뎌 감염병 확산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확산 영향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지난해 중반까지 고용의 질적 개선보다는 양적 확대에 더 큰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취업자 수 개선세는 상용직이 주도해 임시일용직 또는 자영업 중심의 양적 확대보다는 고용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다만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분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기간이 있는 상용직'이 작지 않은데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어 질적 측면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용의 질의 더딘 회복세는 일거리 부재,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시간이 부족(주당 36시간 미만)한 노동자의 비중이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데다, 근로시간 감소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위험이 큰 노동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매우 취약군'의 비중이 감염병 확산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데 기인한다.

이러한 '매우 취약군'의 비중 상승은 고용의 질이 양호한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 간 고용의 질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매우 취약군'뿐 아니라 매우 양호한 노동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고용의 질 분포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노동자 중 취약노동자의 비중은 26.0%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다소 취약군은 23.6%포인트, 매우 취약군은 0.4%포인트를 각각 차지했다.

성별·연령별로 고용의 질 수준을 보면 40대 이상 핵심노동연령층과 고령층 여성의 고용의 질 수준은 동일 연령대 남성보다 낮은 반면, 청년층 및 30대 여성의 경우 남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별·연령별 고용의 질 회복 속도를 보면 청년층 여성의 회복이 가장 더뎠다. 이들의 경우 비자발적 근로시간 부족에 더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 비중도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는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근로시간 부족에 주로 기인하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요구된다"며 "산업 구조변화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의 질이 낮은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0대 이상 핵심노동 연령층 및 고령층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노동자 비중이 높아 남성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육아 중인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 공유 확대, 재택근무 제도화 등을 실시해 이들이 경력단절 없이 현재의 일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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