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6.23 11:40

"긴급 시장 지원방안 마련해 위기 시 즉각 시행…서민·취약계층 부채 연착륙 방안 모색"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문가들이 오일쇼크 때와 비슷하다고도 보는데 원자재 공급 부족에 수요 급증이 가중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위기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며 "그야말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23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팬데믹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최근의 글로벌 경제 환경을 진단했다. 이어 "금감원은 세찬 비바람 속에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심경으로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자 한다"며 금감원의 주요 리스크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와 관련해 "건전성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회사의 취약부분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금리·환율 급등으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및 회사채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유동성관리 실태점검을 강화하고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는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 나가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환 수급 여건 악화로 ELS 마진콜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금리인상 충격으로 금융회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고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며 "금융시장 이상징후 조기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스템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 긴급 시장 지원방안을 마련해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속도감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근본적 경쟁력 지원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이 원장은 "정부의 규제혁신 방침에 적극 동참해 '금융규제 혁신지원 TF'를 운영하고 금융규제 혁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혁신산업과 기존 금융산업이 조화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간담회 참석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물가·금리상승, 미국 통화긴축 우려 등으로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중 우리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금융회사의 대출자산 증가 및 금리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로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금리상승과 공급망 경색 등에 따른 경기둔화 위험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손실흡수능력 점검, 채무 재조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은 "코로나 여파 속에 우크라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국가별 통화긴축 정책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부담 증가, 대외적으로는 신흥국 리스크 및 자금유출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서민·취약계층이 금리인상,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과도한 상환부담을 겪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등 정책집행의 균형을 잃지 않겠다"며 "금감원 임직원은 조그마한 리스크에도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잠재된 위험이 가까이 와있을 수 있음을 유념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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