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6.26 07:00

임단협이 변수…임금 인상·고용안정 노사 간 입장차 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마무리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2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조건 속에서도 고부가 차량 판매 집중 전략으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액 32조5755억원, 영업이익 2조139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7.42%, 13.46% 증가한 수치다.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경우, 현대차는 지난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8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기아는 더 '잘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기아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04% 증가한 20조1817억원, 영업이익은 14.98% 늘어난 1조7100억원으로 추정했다. 컨센서스대로라면 기아는 전분기에 이어 또 다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 같은 호실적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집중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결과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글로벌 차량 판매량이 감소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에 이어 SUV, 친환경차, 제네시스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경영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각각 현대차는 올해 초 진행된 2021년 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 당시 "올해는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 역시 지난 3월 열린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 사업 계획으로 'SUV·전동화 차량 등 고수익 차종 및 고급 트림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현대차의 SUV 판매 비중은 50%를 돌파했으며, 기아는 60%를 넘어섰다. 친환경차의 경우 현대차는 전체 판매량의 약 5%를 차지했으며, 기아는 이보다 3배 가량인 15.8%를 기록했다.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위세가 대단하다. 제네시스의 지난 1분기 판매 비중은 5.2%였다. 지난 4~5월 제네시스의 글로벌 총 판매량은 3만6223대로,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 전체 판매량(63만3915대)의 5.7%에 달한다.

여기에 부품 수급 상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회복세로 진입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그간 부품 수급 현황에 따라 공장 가동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다가 지난달 14일 울산 전체 5개 라인에서 주말 특근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전 공장 주말 특근을 실시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로 2년 만에 처음이다. 기아는 2분기 가이던스에 대해 반도체 수급 개선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 생산 차질 대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우려됐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판매 믹스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우호적 환율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주요 메탈 가격은 3월 고점 이후 안정화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지수를 비롯한 운송비 역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차질 영향 완화에 따른 국내 공장 가동률 회복, 글로벌 수요 불균형으로 인한 신차 가격 상승, 환율 상승 효과로 하반기에도 고수익성을 지속할 전망"이며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6', '그랜처' 등 주요 모델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는 올해 하반기 부품 수급차질에 기인한 물량 정체와 원자재가 상승의 부정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기 수요와 낮은 인센티브, 판가 인상과 믹스 개선, 환율 상승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지면 물량 증가 효과까지 가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금 인상, 고용 안정 등 올해 임단협 주요 안건에 대해 양사 모두 노사 간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사 노조 지도부가 강성 성향인데다가 양사 노조가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한 만큼, 무분규 타결을 이뤘던 작년과 달리 타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사측과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날인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내달 1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파업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만약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게 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제시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 내용은 ▲기본급 월 16만52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고용안정 등이다. 고용안정 관련 요구로는 ▲미래 자동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 및 신규 투자 ▲친환경차 사내 조립 등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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