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6.25 00:30

역대 1위 수출 전망에도 '4대 에너지' 수입액 폭증세…2008년 이후 첫 적자 가능성 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제시한 올해 성장률 2.6%를 달성하려면 수출 호조 흐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필요가 있다. 다만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생겼다.  

올해의 절반 가까이 지나간 현재(6월 20일 기준) 총 수출액은 323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4% 늘었다. 지난해 총 수출이 6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1위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

6월에도 월간 수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경제 브리프'를 통해 "6월 수출은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단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품목에 대한 수요가 양호할 것이나 전년도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이틀 감소 등을 반영해 증가율은 10% 내외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수입은 1년 전보다 26.8% 증가했다. 6월 20일까지 수입액은 3394억달러로 수출액을 능가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1월 47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2월과 3월에는 각각 9억달러, 2억달러 흑자로 돌아서면서 한숨 돌렸다. 이후 4월(-25억달러), 5월(-17억달러)에는 다시 적자를 시현했다.

8일간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영향을 받은 6월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6월 1~20일에만 무역수지는 76억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올해 1월부터 6월 20일까지 누적 적자규모는 155억달러에 이른다.

(자료제공=관세청)
(자료제공=관세청)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온 우리 수출이 6월 들어서는 조업일수가 2일 감소하고 화물연대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겹치면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무역수지 적자폭도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월 1~2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3.4% 감소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해야겠지만 20일까지의 수출이 전년 대비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20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대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불투명하고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향후 한국의 수출 모멘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구재 등 소비재의 구매 심리를 반영하는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심리는 과거 위기 수준 이상으로 하락된 상태"라며 "실질 소득 감소는 가계 소비의 감소뿐만 아니라 기업의 공급 활동까지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공급 활동 감소는 결국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한국의 수출에 있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향후 수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0일 '2022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293억달러)보다 축소된 127억6000만달러로 전망한다"며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제공=무역협회)
(자료제공=무역협회)

일각에서는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22일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수출은 7039억달러로 1년 전보다 9.2%, 수입은 7185억달러로 16.8%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이 역대 최초로 7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나 수입 증대로 인해 무역수지는 147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1996년(-206억달러)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던 2008년(-133억달러) 기록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무협은 하반기에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수입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1~5월 기준 원유·천연가스·석탄·석유제품 등 4대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4분의 1 이상(27.6%)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살펴보면 5월 원유 수입액은 89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5.0% 증가했다. 가스는 31억달러로 74.1%, 석탄은 28억달러로 233.1%, 석유제품은 23억달러로 36.0% 각각 늘었다. 5월 수입액이 632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4대 에너지 수입(171억달러) 비중은 27%에 달한다.

이처럼 무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유 도입단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하반기에도 수입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최근 OPEC+의 추가 증산 결정과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폭(-33억달러)은 상반기(-114억달러)보다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수출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원자재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제고와 수입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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