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2.07.07 18:39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6일 옥포조선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7일 옥포조선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 양측이 극심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점거 농성에 수사 요청으로 맞서며 실타래처럼 꼬인 사태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7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기간산업에서 벌어진 작업장 점거, 직원 폭행, 설비 파손, 작업 방해 등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법질서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6일째 대우조선해양 1도크 선박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조 구성원 7명이 1도크에서 작업 중이던 원유운반선 탱크에 직접 철제 구조물을 만든 뒤, 그 안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일 파업에 나선 노조는 22일부터 본격적인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 수사 요청에 비상경영 선포까지

이날 박 사장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가 폐쇄돼 전 공정의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사내 직영 및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협력사 및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8만명 등, 총 10만여명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 호황,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 및 국가경제 활성화 기여 등의 기회가 일부 계층의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2만명 구성원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날에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체 구성원의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임원 워크숍을 통해 임원 전체가 비상경영 동참을 결의했고, 생산현장 직장, 반장들로 구성된 현장책임자연합회 역시 비상경영 동참을 선언했다. 아울러 공종별 부하에 따라 O/T와 특근 조정, 야간작업 중단 등으로 생산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며 주간 근무시간 축소도 계획 중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조 구성원 7명이 지난달 22일부터 1도크에서 작업 중이던 원유운반선 탱크에 직접 철제 구조물을 만든 뒤, 그 안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금속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조 구성원 7명이 지난달 22일부터 1도크에서 작업 중이던 원유운반선 탱크에 직접 철제 구조물을 만든 뒤, 그 안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금속노조)

◆'눈덩이' 피해, 손실 2800억 이상…"노조 요구 수용 불가능"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도크를 점거하면서 그곳에서 이뤄지던 진수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8일 예정된 진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1도크에서 건조 중인 4척의 선박 인도도 무기한 연기됐다. 진수 작업이 중단된 것은 1973년 대우조선해양 창립 이래 처음이다.

사측의 주장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은 지난달 말 2800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인도 일정 미준수로 인한 지체보상금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총 7개 도크에서 20여척의 선박을 건조 중이다. 회사 측은 후반 작업인 진수 작업 중단이 길어질 경우 연쇄적으로 공정이 지연돼 손해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도크와 플로팅 도크 또한 인도가 4주 지연됐고, 안벽에 계류된 일부 선박들도 1~3주가량 인도 지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간 1조7547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또한 올해 1분기 말 기준 523%에 육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업황이 살아나면서 수주 잔고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지만, 수주에 대한 수익은 2~3년 후에야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모처럼 찾아온 실적 회복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야드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야드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인력난은 저임금 탓" vs "하청업체 임금 개입 못해"

사태가 장기화로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노사 양측은 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조선업계의 인력난 해소를 이유로 사측에 ▲임금 30% 인상 ▲상여금 100% 지급 ▲매년 성과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조선업계의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조선소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업 침체기였던 지난 5년 동안 7만600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대량해고됐고, 해고되지 않은 하청노동자는임금이 대폭 삭감됐다"며 "20년, 30년 고되고 위험한 일을 해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떠난 노동자는 돌아오지 않고, 젊은 노동자는 조선소 노동을 기피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 30% '인상'은 그동안 하락한 임금을 '원상회복'하라는 요구이자, 하청노동자 임금을 '정상화'하라는 요구"라며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없이 한국 조선업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 요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노조의 노조원은 대우조선해양 소속이 아니라 각자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타 회사 직원의 임금 문제에 끼어들기 어렵고, 이는 노동법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기성금(공사 중 진행한 만큼 계산해 지급하는 돈)을 고작 3% 인상했고, 그 결과 하청업체는 기성금 인상률을 넘는 임금 인상은 능력 밖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인력 공급업체에 불과한 하청업체는 임금을 인상할 능력도 권한도 없다. 모든 권한과 능력은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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