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7.08 17:45

GTX A노선 광화문역 신설 포기로 위험 부각…권일 "내년 1분기 조정가격 맞춰질 것"

인덕원 일대 GTX 위치도 (사진제공=안양시)
인덕원 일대 GTX 위치도 (사진제공=안양시)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단기간 내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경기 안양과 의왕, 과천, 광명 등 경기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절세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위 말하는 'GTX역세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의 하락 분위기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경기 아파트 매매가 하락

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는 -0.04% 하락으로 집계됐다. 특히 집값 상승기에 GTX 호재까지 겹치며 폭등했던 경기 안양, 의왕, 과천, 김포 등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에 대한 급락폭이 커지고 있다.

매수심리도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9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안양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의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16층)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지난 6월 8억6000만원(18층)으로 떨어졌다. 10개월 사이에 4억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전용면적 84㎡가 지난 5월 12억83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거래 16억3000만원(지난해 6월, 25층)보다 3억5000만원 하락했다. 

의왕 아파트값은 GTX-C노선 신설 기대감으로 지난 한 해에만 38% 급등하며 전국 시군구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다른 GTX 수혜 예상 지역들도 비슷한 추세다.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개통 예정인 GTX-A노선(동탄~운정)이 지나는 지역 아파트들은 2년 전부터 급등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락하고 있다. 

'동탄역 시범우남 퍼스트빌'은 전용 84㎡가 2020년 6월 10억원(15층)에서 지난해 7월 14억4000만원(11층)까지 거래됐다가 지난달엔 11억원(20층)에 팔렸다.

전용 84㎡가 2020년 7월 6억원대에 거래됐던 '운정 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역시 지난해 10월 9억4000만원(13층)까지 급등했지만, 지난 5일에는 7억원(5층)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선 GTX 호재로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되면서 기존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매물이 늘어난 데다 7월과 8월에도 기준금리가 연속 오를 수 있어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강화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는 이미 예고된대로 이달부터 시행 중이다. 부동산 거래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긴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파주 운정지구 조감도<사진=LH>
파주 운정지구 조감도. (사진제공=LH)

서진형 "불확실한 미래가치 반영돼 가격하락 커"

전문가들은 'GTX역세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의 집값 급락 분위기에 대해 '조정 국면 현상', '지속해서 하락'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GTX 노선을 따라 가격이 오른 의왕, 과천, 안양 지역 전반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고 본다. GTX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다. 교통 개발 계획이 나오면 순간 관련 지역은 가격 상승이 되지만 실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문제와 함께 아직 건설도 되지 않은 GTX 개통에 대한 기대감만으론 집값이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최근 서울시가 GTX A노선의 광화문역 신설을 최종적으로 포기했다"면서 "이처럼 건설 과정에서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공사가 한참 늦춰질 수밖에 없다보니 불확실한 미래가치가 반영돼 가격하락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는 광화문역 신설에 약 3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가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광화문역 신설을 포기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값 상승기에 GTX 개통 호재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점진적인 상승이 아닌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GTX A노선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삽질이 시작된 곳이 없다"면서 "전체적으로 대선도 있고 대부분 눈에 띄는 공약은 부동산이었고 그 중에서도 GTX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가 이행중인데다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면서 주택 매수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주저하고 실수요자들은 자금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GTX역세권으로 불리는 곳들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빠르면 올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에는 조정된 가격이 맞춰질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피하기위해 내년 5월 이전까지 세컨드 하우스 매매를 마치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권 팀장은 대체로 내년 1분기에는 GTX역세권 아파트값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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