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7.18 14:33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농림부 검역관 "혈흔 보지 못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의사를 밝혔던 탈북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계하던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의사를 밝혔던 탈북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계하던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시 통일부는 "해당 어민들이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고, 타고 온 배에 혈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 파견됐던 정부 검역관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선박 소독 과정에서 '혈흔을 보지 못했다'고 국회의원 질의에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일, 당시 통일부의 주장이 거짓이고 당시에 현장에 파견됐던 정부 검역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른바 '16명이나 살해한 살해범이므로 북송한 것이 타당했다'는 논거가 일시에 무너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이 붕괴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당시의 정확한 팩트가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혈흔이 없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흉악범이므로 아무리 귀순의사를 밝혔다해도 국내에 수용하는 게 타당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주장의 전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아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귀순 어선이 동해에서 나포·압송된 당일인 2019년 11월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정원 요청에 따라 당일 오후 1시 45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45분간 탈북 어민 2인을 소독했다. 이후 오후 7시 1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65분 동안은 이들이 타고 온 어선을 검역 및 소독했다. 장소는 강원도 동해시 해군 제1함대에 정박된 귀순 어선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어선 자체가 16명 집단 학살이 벌어진 ‘범행 현장’이었는데, 그 어선에 대한 소독을 요청했다는 얘기다. 

김은한 당시 통일부 부대변인은 며칠 뒤인 11월 8일 정례브리핑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들을 강제 북송시킨 이유와 관련해 "혈흔 같은 것인데, 어느 정도 배 안에서 그러한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하루 전(11월 7일)에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고 온 배에 여러 가지 흔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검역관의 얘기는 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안병길 의원은 농림부에 지난 2019년 11월 2일 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소독·검역 대상에서 혈흔을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여부 확인을 요구했다.

농림부가 보내온 답변은 '확인 사실 없음'이었다. 그 문장 뒤에 '당시 출장자였던 동물검역관 3명 중 퇴사한 2명 외 1명에게 확인'이라는 설명도 첨부됐다.

농림부는 '북한어선 검역 및 소독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들이 소독, 검역 대상에서 칼, 도끼, 마체테 등 날붙이가 있는 흉기를 목격한 바 있는지 사실여부'에 대한 물음에도 '목격한 바 없음'이라고 답했다.

농림부는 또 안 의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당시 검역관들이 어선을 소독하는 동안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배석했다고 밝혔다. 또 어선에는 쌀과 마른 오징어, 옥수수 가루 등 식량이 실려있었다고 설명했다.

안병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에서 피해자의 월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강제 북송 사건에서는 혈흔이 발견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며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뿐만 아니라 당시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법적 수사가 빈틈없이 진행돼야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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