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7.22 10:54

북송 어민 '자필'로 보호신청서 2번씩 작성…"대한민국 정부에 보호 신청"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의사를 밝혔던 탈북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계하던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통일부는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의사를 밝혔던 탈북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계하던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사진제공=통일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검찰이 지난 2019년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당시 북한 어민들이 자필 서류에서 "배를 버리고 한국에 살겠다"는 등 귀순 의사를 여러 번 밝혔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그해 11월 2일 동해에서 어선을 탄 채 우리 군에 나포됐고, 닷새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이들 어민에게 진정한 '귀순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는 핵심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이들이 쓴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 전체 내용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들 어민 2명이 당시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합신) 과정에서 각각 제출한 자필 보호신청서에 '자유의사에 따라 넘어왔다',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에 살기를 원한다'는 진술이 담겼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에 보호를 신청한다'는 내용과 '선체를 버리고 한국에서 살기를 신청한다'는 언급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배경과 관련해선 '북조선에서 살기 힘들어 왔다'고 말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민 2명이 보호신청서를 각각 2번씩 썼고 자유 기술 형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것이 사실이라면 북송된 어민 2명의 귀순 의사가 확실한 것이어서 이와는 배치되는 설명을 해온 과거 문재인 정부와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파악한 것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런 가운데,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는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이었는지와 함께,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북송 조치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므로 '중대 사안'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는 또한 전·현 정부가 지난 17일 공개 충돌한 대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언론에 배포한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에서 "(당시) 정부는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춰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고, 귀순의향서도 합신 과정에서 '통상 절차'인 귀순 의사 확인 단계에서 제출된 것이라는 게 문재인 정부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에다 애초 귀순 의사도 없었다"며 북송 조치를 정당화 해왔다. 

이에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1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라며 "이 사람들이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다는 말이냐"고 질타했다.

이들이 진정한 귀순 의사가 있었는데도 돌려보냈다면 이는 '반인도적 범죄'라는 게 현 정부의 입장이다. 더욱이 이들은 북송 직후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5일 오후 4시 당시 서호 통일부 차관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어민들을 북송하겠다고 밝힌 뒤 이날 오후 6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같은 달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한다는 내용의 문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했다. 북한은 21일 "형식적인 북남 수뇌 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며 이같은 제안을 거절했다.

이를 놓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귀순 어민의 북송조치는) 북한 김정은을 부산에 초청하기 위한 인신공양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이들이 쓴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 전체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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