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7.25 10:40

"징역 1년 이하 처할 수 있는 형사범죄 사건…최고통수권자의 해산명령 어긴 것"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상민 장관 공식 페이스북 캡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상민 장관 공식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경찰국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것인데, 이는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힐난했다.

12·12 쿠데타는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사건이다. 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은 위수지역을 벗어나 쿠데타에 합류했고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불법으로 강제 연행하는 '하극상'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이를 언급한 것은 최근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일각의 움직임을 '위수지역을 벗어난 쿠데타'에 빗대면서 동시에 '하극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읽혀진다. 

지난 23일 전국 총경 3분의 1에 가까운 경찰서장 190여명은 회의를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경찰청 지휘부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에 대해 류 총경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를 휘둘러서 이런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장관은 "총경의 전보권은 행안장관에게 없다. 경찰청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찾아보니 (이번 회의는)국가공무원법상 단순한 징계사유가 아니고 징역 1년 이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범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야당과 일선 경찰들을 중심으로 '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 회의는 안 되는 모양새'라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평검사들은 검찰총장 용인 하에 회의를 한 것이고, 이번에는 최고통수권자의 해산명령을 어겼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선 지휘관들이 위수지역을 이탈해서 모였다는 점, 경찰은 (검찰과 달리) 총칼(물리력)을 동원하는 집단이라는 점 등이 다르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행정안전부 경찰국 추진을 둘러싼 경찰 반발은 일선 경찰로까지 옮겨붙은 양상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예정된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에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25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30일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의 참석도 제안하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유 경감은 "전국 총경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모이고 화상회의를 함께하며 단지 경찰을 걱정했는데 돌아온 건 '대기발령'과 감찰이었다"면서 "(류삼영) 서장도 대기발령에 감찰조사 받게 되고 팀장들도 같이하겠다는데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호응해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해 비판을 쏟아내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부터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등이 서울역 등 주요 KTX 역사에서 경찰국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열고 있다.

직협은 또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을 응원하고 경찰국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울산지역 5개 경찰서 직협도 경찰서별로 돌아가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 내부망에는 총경 바로 아래 계급인 경정급의 행동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서울지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에서 제일 중간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경정급은 지금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총경, 경감이 거리로 나서는데 경정은 뭐 하느냐"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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