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7.31 07:30

증권사 "12월 미국 정책금리 3.25~3.50% 예상"…물가 7%대 뛰지 않는 한 추가 빅스텝 가능성 낮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가 기어코 역전됐다.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더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8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다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0%로 시작한 한은 기준금리는 현재 2.25%까지 올랐다. 2월을 제외한 네 번의 회의에서 모두 인상됐다.  

지난 28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6월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연준 금리는 연 2.25~2.50%까지 올랐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 13일 사상 최초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 금리를 2.25%까지 끌어올렸지만 역전을 막지 못했다.

이번 금리 역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 세 차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기에 모두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지만 미국 금리인상 기간 전체로 볼 때 오히려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연말 3.5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4분기부터는 0.25%포인트 인상의 베이비스텝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 연방금리 3.50%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제시한 연말 정책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9월 0.50%포인트, 11월과 12월에는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에는 정책금리 수준이 3.25~3.50% 수준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금리 수준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의 최종금리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의 한은 기준금리의 연말 기대 수준은 3.0%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시장에서 지금 2.75~3% 정도로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는 8월과 10월, 11월 세 차례 남아있다. 0.25%포인트씩 오르면 연말 3.00%를 기록하게 된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연말 한미 금리 차이는 0.50%포인트, 크게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한미 금리 역전보다는 '물가'에 방점을 둔 통화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이 총재도 "과거 금리 역전이 됐을 때 최대 1%포인트를 넘은 경우도 많았다"며 금리 역전은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8월 금통위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 고물가 대응이 여전히 필요한 만큼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재 정부와 한은 모두 물가 정점은 9월 말 또는 10월 초로 판단하고 있다.

내달 2일 발표 예정인 7월 소비자물가는 6월처럼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신 지표를 갖고 있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 1차관이 "7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에 이어 6%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가 대응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 메시지는 이미 시장에 내보낸 상태다. 이 총재가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언급한 만큼 8월 추가 인상은 확정적이다.

한편 다음 FOMC는 9월 20~21일(현지시간)로 예정돼있다. 이에 금통위가 8월 25일 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해도 금리 역전은 당장 해소된다.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9월에 없는 만큼 8월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일단 이 총재는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빅스텝 관련 질문에 "다음 금통위 때 말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물가 등 관련 지표를 더 살핀 뒤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로 판단되나 7%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서영경 금통위원도 이날 한은 금요강좌 특강에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한다고 한 이 총재의 입장과 다르게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며 0.25%포인트 인상 경로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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