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7.31 17:09

박용진 "오늘부터 대표는 박용진…어대명의 유일한 대항마는 오대박"

강훈식 민주당 의원. (사진=강훈식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강훈식 민주당 의원. (사진=강훈식 의원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31일 같은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인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 "지금은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할 때"라고 피력했다.  

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전과 미래 경쟁에서 접점을 못 찾는다면 (단일화를) 하는게 맞겠냐"라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강 의원은 현재 단계에서는 박 의원과 자연스럽지 않은 단일화를 정치공학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예비경선 단계부터 단일화 논의를 촉구해 온 박 후보와 상당히 다른 시각을 내비친 셈이다. 

두 사람은 전날 만찬 회동을 열고 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하면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는 한편, 미래 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한다는 후자로 읽어주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형식과 시기, 절차 등은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이 97세대에게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는 "박 후보와 이재명 후보 모두 직전 대선·경선 후보였고, 넓은 인지도가 장점"이라며 "저는 가장 신선하고 잠재력 있고 파괴력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증명되지 않은 제 잠재력과 파괴력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증명하는 데 집중하겠다. 전당대회가 '반명(반이재명)' 대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과 낡음, 현재와 미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후보가 상대적으로 이재명 후보와 박 후보에 비해 인지도 측면에서 열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차세대 주자의 장점인 신선미와 잠재적 능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아울러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의 프레임을 '새로움과 낡음, 현재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자신이 새로움과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 위해 당대표 선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전략을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후보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제까지는 대표가 이재명이라는 '어대명'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늘부터는 대표가 박용진이라고 하는 '오대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계속 언론 탓하면서 언론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지 않겠는가"라며 "민주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지 왜 남한테 탓을 하느냐"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박용진의 노선은 남 탓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잘못을 찾고 변화하고 혁신하는 혁신 노선"이라고 전제한뒤 "이번 전당대회는 박용진의 혁신노선과 이재명의 남 탓 노선의 격렬한 투쟁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이 그냥 어대명에 갇혀 절망적 체념에만 주저앉을 수 없다. (나는) 어대명의 유일한 대항마이며 도덕적 정치적으로 약점 잡히지 않고 떳떳한 민주당 만들어 나갈 후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 후보는 지난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역별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달 3일 이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 제안을 거절했다.

강 후보는 줄곧 "반이재명(반명) 구도로 단일화를 하면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넘을 수 없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은 대안을 묻고 있고 그 대안에는 자신이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박 후보는 자신과 강 후보 간의 연대는 "단순히 반명 연대가 아니라 미래연대"라며 "앞으로 10년 정도 민주당의 미래를 책임져 나갈 미래 세대가 후보로 올라온 것이다. 박용진과 강훈식의 미래연대로 이번 전당대회의 대반전, 대이변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응축시켜보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박 후보와 강 후보의 단일화 성사의 핵심 요소는 과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틀을 깨뜨릴 수 있을 정도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느냐로 모아진다.

당 안팎에선 대체적으로 '그래도 이재명 후보가 우세하다'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이긴 하지만 박 후보와 강 후보는 물론이고 컷오프로 탈락된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이 단일화 후보 지지로 모두 뭉친다면 이 후보와 겨뤄볼 만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박 후보와 강 후보가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본선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달 3일 이전 단일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일이 지난 뒤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사퇴한 후보가 얻었던 득표는 모두 사표(死票) 처리가 되기 때문이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최강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와는 격차가 벌어질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한편, 본선 투표는 대의원 투표(30%), 권리당원 투표(40%), 일반국민 여론조사(25%), 일반당원 여론조사(5%) 등으로 집계된다.

민주당 안팎에선 '여론조사'는 이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의원과 권리당원 선거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에게는 효율적인 전략을 세워서 다가가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잖다.

시기의 문제일 뿐 강 의원과 박 의원의 단일화는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단일화를 하지 않고서는 현재 현실적인 '절대 1강'으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의 벽을 넘어설 수 없으리라는 분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의원과 박 의원이 과연 어떤 명분으로 민주당 내에서 교두보를 확보해 각자 자신이 유리한 고지위에서 단일화를 추진하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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