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5.24 17:17

지난 3월 ‘제1회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작가들을 자유경제원이 민·형사 고소했다.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이번 공모전에서 국문 시 ‘우남찬가’를 써 입선작으로 선정된 저자 장모 씨에 대해 ‘위계에의한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자유경제원은 장씨에게 명예훼손 관련 5699만6090원(업무지출금 699만6090원,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또한 영문 시 ‘To the Promised Land’를 쓴 이모 씨도 고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3월 개최한 ’제1회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장씨의 ‘우남찬가’가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이씨의 ‘To the Promised Land’는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그런데 이 두 시편에는 애초 자유경제원이 의도한 방향과 다른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

해당 시를 가로읽기할 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하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게 되면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SNS 등에서 이런 비밀이 밝혀지자 자유경제원은 두 편의 시를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하고 수상을 취소한 바 있다. 또한 “악의적인 일부 수상작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장씨를 고소한 것과 관련 자유경제원은 “해당 시(우남찬가)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하거나 자신만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유경제원의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이런 행위는 시 공모전을 방해한 것”이라며 “본인의 성명을 가명으로 썼으며, 이후 응모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를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자랑했고 댓글 등을 통해 업무를 방해하고 조롱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유경제원의 고소 사실은 장 씨가 지난 22일 한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에서 장 씨는 우남찬가를 지은 의도에 대해 “(우남찬가는)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세로로 읽으면 그의 과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어크로스틱(세로드립)이란 문학적 장치의 미학을 살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양극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암을 한 작품에 오롯이 드러내 합당한 칭송과 건전한 비판을 동시에 담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의거해 공모전의 의도에 합당한 작품을 출품했다”며 “공모전에 작품만 응모했을 뿐 일체의 다른 위력이나 위계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공모전의 특성 상 심사위원들의 판단미숙으로 발생한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공모전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시의 세로획에서 드러나는 단어에만 집착하는 분들께는 다시 한 번 가로획을 읽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남찬가‘ 저자인 장 씨는 피소 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변호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영문 ‘To the Promised Land’를 쓴 이씨도 자유경제원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남찬가’와 마찬가지로 이 시도 가로로 읽을 경우 이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읽힌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고소·고발한 것은 맞다”며 “그 사실 외에 더 정확한 내용이 있겠는가”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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