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8.01 15:30

2019년 당시 국정원·청와대 간 소통여부…탈북 어민 '북송 동기' 파악 계획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국회앞에서 '강제북송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변 홈페이지 캡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국회앞에서 '강제북송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으로 고발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귀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싱크탱크 초청으로 현지에 머물던 서 전 원장이 지난달 말 귀국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이 입국하면 그 사실이 자동 통보될 수 있게 조치해 둔 상태였다.

서 전 원장은 지난 2019년 11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탈북 어민 2명에 대한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로 고발됐다. 즉,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국정원이 합동조사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강제 수사 필요', '귀순' 등의 표현은 빼고 '대공 혐의점은 없음'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고서 수정을 지시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이후 대북 감청부대원·해군·국정원 직원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같은 기초 조사를 통해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 전 원장 등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부하 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공문서 조작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실무진급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 전 원장 등 책임자급 인물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탈북어민 북송사건 당시 통일부 수장이었던 김연철 전 장관도 지난달 26일 가족 만남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 라인 지휘부들 조사를 통해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 대북·안보 라인 간 어떤 의사소통이 이뤄졌는지, 탈북 어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동기'는 무엇인지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서 전 원장 등의 소환 일정에 대해선 "수사 일정에 따라 필요한 때 필요한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수사의 핵심은 지난 2019년 11월 초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수사는 당시 정부가 제대로 된 중앙합동정보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강제 북송 방침을 세우고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반해 급히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원장에게 합동조사 강제 조기 종료, 보고서 수정 등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의심받는 '윗선'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북한인권단체가 고발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가안보실은 국정원과 국방부, 통일부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북송 결정을 내린 곳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19년 11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서 당시 북송 처분 결정 주체에 대해 "컨트롤타워는 안보실"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어민들이 탑승한 탈북 선박은 2019년 11월 2일 우리 해군에 나포됐는데, 단 이틀 뒤인 4일 노 전 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귀순 의도 등을 확인하기 위한 합동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윗선에서 이미 북송 방침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어민들이 나포되기 전인 11월 1일부터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 순방 전에 조사·보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중대 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문의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관련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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