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8.05 17:45

박한희 변호사 "유럽 국가, 혐오표현 중 '증오선동'만 처벌 대상 규정"
성중탁 교수 "집회 중 발생 소음 관련 법 따라 합리적 범위 내 제한 가능"

용혜인(왼쪽 첫 번째) 기본소득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와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을 통해 본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용혜인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용혜인(왼쪽 첫 번째) 기본소득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와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을 통해 본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용혜인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사저앞 집회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 집회개최가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와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을 통해 본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최근까지 집회 규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에서는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를 막기 위해, 대통령집무실 근처도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하자는 개정안을 내고 있다"며 "경찰 역시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막기 위해 금지소송을 내는 한편 집회 참여 인원을 임의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전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집회를 막기 위해, 전 대통령사저 앞을 집회금지구역에 포함시키고 집회 소음 규제를 강화하거나 1인 시위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권의 편의와 특정인의 보호에 무게를 둔 입법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서로 충돌하는 권익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키는 차원에서 집시법 개정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이유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함이었다"며 "아무리 대통령과 여당이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들, 국민의 헌법적 자유를 통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으려 한다면 목소리에 힘을 싣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양산 시위에 대해서는 집시법 규정 강화 일변도가 아니라, 다른 방향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집회금지구역을 추가 설정하고 1인 시위까지 집회로 간주하는 것은 지금까지 시민의 희생을 대가로 집회 시위의 자유를 확장해온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방향이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가 다뤄졌다. 

'집회의 자유와 소음규제'는 이장희 창원대 법학과 교수가, '집회 금지장소와 도로소통'에 대해선 김선휴 참여연대 변호사가 맡아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혐오발언 등 집회 표현 내용은 규제가 가능한가'는 문제는 박한희 변호사가 다뤘다. 끝으로 '집회의 자유와 개인적 법익의 충돌'에 대해선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중에서도 최근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집회시 가장 문제가 됐던 '혐오발언 등 집회 표현 내용은 규제가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다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의 박한희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근거로 혐오 표현을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증오선동의 4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혐오표현은 근본적으로 소수자 개인 또는 집단의 차별을 강화해 이들의 인간 존엄성을 해치고 소수자들을 고립시키며, 나아가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 발전에도 해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대응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혐오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적 또는 비사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각 국가마다 상이한 대응이 이루어진다"며 "유럽의 국가들의 경우 역사적 맥락에서 혐오표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역시 앞서 살펴본 혐오표현의 모든 유형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폭력 또는 증오를 선동하는 '증오선동'의 경우에만 그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집회에서 이루어지는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혐오표현의 해악을 고려했을 때 특정 집회가 오직 소수자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선동할 목적에서만 이뤄진다면 이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대응은 필요하다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규제 대상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단지 혐오표현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할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집회에서 참가자들에 의해 혐오표현, 특히 증오선동에 해당하는 발언들이 나오더라도 이것이 집회 전체를 금지하거나 해산하는 근거로 이어져서는 아니되고, 해당 발언자들에 대해서만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또한 이러한 개별 발언자에 대한 대응을 함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고려해 그 대응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집회에서의 혐오표현을 규제하는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은 집회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내용 중립적인 방식, 시기, 장소 등에 대한 규제여야 하고 특정 집회의 내용을 근거로 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라며 "내용규제가 금지돼야 하는 이유는 행정당국이 집회의 내용을 판단해도 되는 집회와 그렇지 않은 집회를 구분할 경우, 이는 헌법 제21조가 금지하고 있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로 변질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6월 13일 국회소통관에서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청사와 대통령관저 등 저택의 100미터 이내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현행 집시법 제11조를 폐지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용혜인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6월 13일 국회소통관에서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청사와 대통령관저 등 저택의 100미터 이내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현행 집시법 제11조를 폐지시키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용혜인 의원 공식 블로그 캡처)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조항으로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 금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 금지',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평등법안이 계류돼 있음에도 지난 5월 공청회 이후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말로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입법기관으로서 이를 대처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과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혐오발언 등 집회 표현 내용의 규제'에 대한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는 '집회의 자유와 개인적 법익의 충돌 문제'다. 이 주제에 대해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제21조에서 집회⋅시위 등으로 구현되는 표현의 자유를 다른 기본권들보다 상위에 두는, 소위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이 집회, 시위의 자유는 고전적 자유권으로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방어권이면서, 동시에 집단적 의견표명의 자유"라며 "국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능동적으로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권리는 민주적 공동체의 불가결한 기능요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집회의 자유' 한계에 대해서도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는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일반 국민의 피해'를 염려하고, 또 강조하고 있다"며 "개인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해 수인돼야 한다는 것을 헌법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고 판시해 집회의 자유의 한계도 설정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모든 자유권적 기본권이 그러하듯 헌법 제21조에서 규정된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적정선에서 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집회 중 발생한 소음문제에 대해 집시법 등 관련법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성 교수는 '보론'으로 '함께 논의할 부분'을 제시했다. 그는 "소음 관련 법률에서 소음 규제와 관련해 소음진동관리법과 집시법의 관계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냐"며 "만약 이러한 관계라면 집시법에 흠결된 내용이 소음진동관리법으로 보충 내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음진동관리법과 집시법이 별개의 법률이라면 각 적용영역과 적용범위에 관한 검토가 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폭소음 등 소음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소음에 대한 폭행죄 등 형사처벌 도입, 과태료, 운전면허취소 등의 행정벌 도입, 확성기 사용시 사전신고제 도입,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 발생시 확성기 압수, 소음에 대한 경찰의 대응메뉴얼 구체화 및 그를 통한 보다 확실한 대응 등이 있는데 과연 어떤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고도 규범조화적인 방안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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