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8.06 16:00

연속 네 차례 올리면 '사상 최초'…올해 물가 상승률, 1998년 이후 처음으로 5% 상회 전망

이창용 한은 총재가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하면서 8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또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2.25% 수준이다. 올 들어 1월과 4월, 5월 세 차례 0.25%포인트씩 오른 뒤 7월에는 0.50%포인트 인상됐다. 8월에도 금리가 오르면 연속된 네 차례의 회의에서 모두 인상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일각에서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 및 상단에서 0.25%포인트 역전한 한미 금리 차이를 감안해 7월에 이은 연속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다만 한은이 현 경제상황에 대해 예상한 흐름에 부합한 경로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보편적인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금리 인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상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물가와 성장 흐름이 7월 전망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시장도 한은 총재의 발언 등을 바탕으로 8월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보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유가 등 대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2~3개월간 6%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다가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망 경로대로 전개된다면 점진적(25%포인트)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이환석 부총재보가 7월 물가 상승률에 대해 7월 금통위 회의 당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점을 고려하면 8월 금통위에서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한은은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 주요국 통화 긴축, 경기보강을 위한 추경편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이미지제공=픽사베이)
(사진·이미지제공=픽사베이)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과 더불어 성장률도 다시 점검한다. 5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2.7%의 하향은 공식화됐다. 이 총재가 "앞으로의 성장 흐름은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에 따른 수출 둔화로 지난 5월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1분기 0.6%, 2분기 0.7% 성장함에 따라 3분기와 4분기 매분기마다 0.3%씩 증가하면 올해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로 인해 하반기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플러스 성장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 기여가 큰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7월 수출은 607억달러로 1년 전보다 9.4% 증가했다. 시장 예상(10.0%)을 소폭 하회한 가운데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8년 6~9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적자는 150억달러에 이른다.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으나 수입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은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 우려도 악재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출 실적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차질 우려 완화에 따른 일부 품목의 수출 개선과 단가 상승이 주된 요인임을 고려할 때 상반기 대비 수출 성장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수입 수요가 위축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한국 수출 및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무역적자 지속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분기에도 부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2분기 경제성장률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에 의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및 높은 물가 등으로 민간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내외 수요의 동반 약화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마트 제공·픽사베이 편집)
(사진=이마트 제공·픽사베이 편집)

한편 한은은 물가 전망도 다시 내놓는다. 5월에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4.5%인 만큼 상향이 확실시된다. 현재 물가 흐름을 감안하면 5%가 넘는 수치를 내놔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차 정점에 다가서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물가상승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빠르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짧게는 10월, 길게는 내년 초까지 6%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급등 등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대외적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9월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음 달에는 오름세가 그렇게 확대되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6%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볼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연간 물가 상승률에 대해 "5%는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나 기관은 물가 정점을 10월 전후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점 이후 물가 상승률이 급락하는 것이 아닌 만큼 연간 물가 상승률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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