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8.13 06:30

한은, 25일 추가 상향 예상…해외IB, 이미 5%대로 높여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추석을 앞두고 폭염과 폭우 피해로 인한 농산물 가격 앙등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한국은행이 기존(4.5%)보다 얼마나 더 높아진 전망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1월(3.6%), 2월(3.7%) 3%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4.1%)과 4월(4.8%)에는 4%대, 5월(5.4%)에는 5%를 넘어선 뒤 6월(6.0%), 7월(6.3%)에는 6%대를 기록 중이다. 8월에도 6%대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1~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상승했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갑작스럽게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연간 5% 돌파는 확실시된다.

현 시점에서 물가 하락은 쉽지 않다. 당장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평년에도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는데 올해는 폭염에 더해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산물을 중심으로 추가 물가 상승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폭우로 인해 11일 기준 농작물 551ha, 가축 폐사 8만6552마리, 꿀벌 660군, 비닐하우스 0.1ha, 농경지 유실·매몰 8.2ha 피해가 발생했다. 호우가 집중된 중부권은 대표적인 추석 성수품인 배추, 무, 감자, 사과, 배 등의 주산지이다. 

이에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23만톤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650억원에 달하는 할인쿠폰을 발행해 올해 추석 물가를 1년 전 추석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상승 압력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중국과 대만간 갈등까지 겹치고 있다. 우리도 '칩4' 참여와 사드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반면 긍정적인 지표도 나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0.9% 하락했다. 석 달 만에 떨어졌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국내 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른 미 물가의 정점 통과 기대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현재 정부의 물가 눈높이는 5%대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올해 물가 상승률을 4.7%로 전망한 바 있다. 두 달 사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추석을 지나면서 서서히 물가 오름세가 주춤해지고 9월, 늦어도 10월에는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하락세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간 5%대 상승률에 대해서는 "1~2개월 더 상황을 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답을 피했으나 9~10월까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서서히 둔화된다면 5% 돌파는 불가피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이달 초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것 같다"며 언급했던 만큼 정부의 연간 물가 전망은 5%대로 올라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새로운 물가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은의 경우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마다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참고로 2022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2.0%로 시작해 2월 3.1%로 높아진 뒤 5월에는 4.5%까지 올랐다. 8월에도 추가 상향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이환석 부총재보는 "물가 상승 속도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완만해졌으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물가 정점 판단도 9월 말 또는 10월 초로 정부 시각과 동일하다.  

이미 해외IB들은 5%를 넘는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바클레이즈·JP모건(5.6%)을 비롯해 씨티(5.5%) 등은 5%대 중반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5.2%), 골드만삭스(5.1%)의 전망치도 5%를 넘었다.

국내 전문가들도 5%대를 전망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7월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5.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조사 시점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가 여전했으며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폭우피해 등이 겹친 만큼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에 한은이 5%대 전망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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