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8.27 08:55

"연말 2.75%, 내년이후 3.00% 부근 상승 사이클 종료"…백윤민 "연내 3.00% 수준까지 올릴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연 2.25%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8월에도 인상됐다. 4월과 5월, 7월, 8월까지 연속된 네 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모두 인상됐다. 이는 사상 최초이다. 관련 회의는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아있는데 시장은 1차례 이상의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초 연 1.00%로 시작한 기준금리가 연말 3.00%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2.25%의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모두 인상을 결정했다. 성장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가 잡기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7%포인트 높인 5.2%로 제시했다. 5%가 넘는 연간 물가 상승률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이다. 한은의 2022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2.0%로 시작했지만 2월(3.1%), 5월(4.5%)을 거쳐 8월에는 5%대로 올라섰다. 다만 소비자물가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판단도 나온다. 6월(6.0%)과 7월(6.3%)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서 고공행진 중이나 8월에는 소폭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25일 '2022년 8월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8월 석유류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7월보다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다. 6%를 하회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9월과 10월은 폭우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추석 관련 수요도 있어 다시 6% 근처로 갈 수 있다"며 "연말은 5%대, 내년 초는 5%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이 확인되도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인상 명분은 여전히 살아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속도도 여전한 변수다. 당장은 해소된 한미간 금리 역전도 9월 다시 발생할 예정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통화정책 전망에 있어 핵심은 이 총재의 '한은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돼 있으나 미 연방준비제도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데 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한국 경제는 내생변수보다는 외생변수에 취약하다. 결국 기준금리가 3% 이상으로 인상될지 여부는 연말 대외 경기 및 물가 요인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일단 한은은 점진적인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은 시장의 연말 기대금리 2.75~3.0% 수준에 대해 '합리적'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물가 전망치를 크게 상향 조정하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을 시사했다"며 "미국과 한국 모두 3분기 말과 4분기 초에 들어서는 통화 긴축 속도가 다소 조절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바 있지만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한미 모두 매파적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5%대 물가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중립금리는 2.25~2.75% 범위로 추정된다. 총재는 지난 7월 2.25%가 중립금리 하단, 이번 2.50%를 중립금리 중간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10월 0.25%포인트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하고 그 후에는 물가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준금리 2.75%는 중립금리 상단으로, 그 이후 인상은 긴축의 영역이다. 이는 곧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물가 외에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한은 기준금리가 연말 2.75%, 이후 3.00% 정도에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두 번 남은 회의에서 모두 인상돼 연말 3.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2월을 제외한 모든 회의에서 금리가 오르게 된다. 7월(0.50%포인트 인상) 빅스텝을 감안하면 매 회의마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내 3.00% 수준까지 인상할 것"이라며 "연내 통화정책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당초 올해로 마무리가 예상되었던 금리인상 사이클이 내년까지 좀 더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도 1~2회 정도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는 있다"며 "물가 대응을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과 수정경제전망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는 않다. 다만 성장률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가 전망 경로를 위쪽으로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면 한은이 추정하는 중립 금리 레벨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까지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