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8.26 16:28

윤 대통령 "기업들 환경투자 늘리고 경쟁력 높일 수 있도록 '환경규제' 재설계"

(자료제공=환경부)
(자료제공=환경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각종 환경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순환경제 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신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 관련 규정 정비,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규제 합리화 등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환경규제는 좀 경직적이고 일방적인 사전 승인 규제로 운영됐다. 그래서 민간 분야에서는 대표적인 모래주머니 규제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새 정부는 접근 방식을 전환해서 환경규제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면 개편하고, 기업들이 환경투자를 늘리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합리화하고 재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허용된 것 말고 다 금지하는 닫힌(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다. 또 획일적 규제에서 위험에 비례하는 차등적 규제로 전환하고 일방적인 명령·지시형 규제를 쌍방향 소통·협의형 규제로 바꾸면서 탄소중립·순환경제 등 핵심 환경정책 목표와 직결된 규제는 우선 개선한다.

환경부는 연간 1억900만톤에 달하는 쓰레기 재활용의 문을 넓히기로 했다. 폐지, 고철, 폐유리 등의 폐기물은 유해성이 적은데도 지금까지 까다로운 폐기물관리 규제를 받아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폐기물 규제를 면제받기 위해 필요한 신청 및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인해 재활용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폐지, 고철, 폐유리 등을 이용해 새활용(업사이클) 하려고 해도 법령에서 정한 유형으로만 재활용하도록 하는 닫힌 방식 규제로 인해 신기술 적용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 되는 품목은 순환자원으로 쉽게 인정받아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개선한다. 또 폐기물 규제특례제도(규제샌드박스) 도입, 재활용환경성 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재활용 가능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열린 규제로 전환한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연 2114억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며 재활용이 확대돼 연 2000억원 이상의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관련 규제개선으로 소각·매립되던 커피찌꺼기가 화장품으로 변신한 사례가 나왔다. 연간 15만톤이 배출되는 커피찌꺼기는 생활폐기물에 해당돼 폐기물 전용 운반차량으로만 운반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폐기물 규제를 받아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소각·매립됐다. 그러나 지난 3월 간소화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순환자원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되면서 플라스틱 제품, 화장품 원료, 바이오연료 등으로 재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로봇공장에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로봇공장에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환경부는 위험도에 따라 화학물질 규제 수준을 달리해 현장 이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을 통해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다만 저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까지 고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과 똑같은 330여개의 규제가 적용돼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에 따라 취급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화학사고 위험이 크며 인체 접촉 시 바로 위험할 수 있는 급성독성 물질은 취급·보관시 안전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사고위험은 낮지만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 인체에 영향을 주는 만성독성 물질은 사고위험보다는 인체 노출 저감에 집중해 관리할 계획이다.

그간 개선 요구가 컸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소통형 규제로 개선한다. 현행 제도는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모두 평가를 받도록 기계적으로 규정돼 있어 평가 건수가 많고 조사의 항목과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며 평가 과정에서 협의기관과 소통이 안 돼 주민과 사업자가 진행상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평가'라는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는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크리닝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사전에 검토해 평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개선한다. 또 사업자와 협의기관이 함께 수십년간 누적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의 범위·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사업자가 필수적인 조사에 집중할 수 있게 개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현장 소통 과정에서 제기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중복규제를 일원화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합리화하면서 모호한 규정은 명확하게 정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중복 적용하던 것을 일부 화학안전 규정을 보완해 '폐기물관리법'으로 일원화한다.

(자료제공=환경부)
(자료제공=환경부)

한편 환경부는 탄소중립·순환경제 구현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우선 혁신하기로 했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활동 촉진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정비한다. 신설·합병기업에 불리한 온실가스 배출권 추가할당 조건을 합리화하고 해외 감축실적의 국내실적 전환 절차도 간소화한다. 포집 이산화탄소에 대한 폐기물 규제 면제 및 재활용 유형 신설 등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도 활성화한다.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해 내고 추출된 열분해유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제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과 기준을 개선한다. 가축분뇨·음식물 폐기물 등에서 나온 바이오가스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거래 공급량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재활용도 활성화한다.

단순히 색상, 디자인 등만 다른 제품은 하나의 제품으로 인증 받을 수 있도록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개선한다. 중소기업이 업종별 환경규제 세부사항을 손쉽게 확인해 이행할 수 있도록 환경안전통합관리시스템도 시범 구축한다. 녹색혁신 기술·제품의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계하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 추진됐던 환경규제 혁신은 환경개선에 대한 국민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환경부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바라는 환경규제 혁신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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