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8.29 07:00

운행 중 타이어 수시로 펑크…현대건설·한라건설·LH·GH '수수방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달래내길.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올해처럼 비가 역대급으로 오는 날에는 무서워서 직원들을 일찍 퇴근 시킨다. 현재 우리 사무실이 있는 판교이노베이션랩으로 들어 올수 있는 도로는 딱 2곳이다. 하지만 한 곳은 비가 오면 잠길 수 있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산길이다. 비가 많이 오면 섬이 되는 것 같은 곳이다. 이래서야 직원들 걱정에 제대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벅차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 이 곳은 우리 지식산업센터단지만 입주를 마쳤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공사장의 불법적치물들로 인해 출근길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경기도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 입주한 기업인 A씨는 기자에게 이 같이 하소연 했다. 이어 "다른 도로들을 다 만들었지만 이러한 사정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도로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처리가 되고 있지 않다. 이럴 것이라면 경기도주택도시공사(GH)는 왜 이렇게 입주를 빠르게 진행했는지 모르겠다. 빠른 대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경기도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 입주한 기업인들과 직장인들이 불편한 도로와 건설 자재 불법 적치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철도 없이 고속도로에 둘러싸인 테크노벨리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기존의 판교테크노밸리 바로 옆에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해 판교 전체를 '창조경제밸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11월에 '제2판교테크노밸리'(43만여㎡)에 대한 지구 지정이 이뤄졌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올해 대부분 조성이 완료된다. LH·GH에 따르면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2000여개의 기업과 10만 명 이상의 인재들이 집적되는 혁신성장 클러스터로 키울 방침이다. 

이런 거창한 목표와는 달리 현재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고속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철도도 없다. 오로지 도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의 3/5 이상이 경부·용인서울·제2경인·수도권제1순환 등 4개 고속도로 사이에서 자리잡고 있다.

외부로 통하는 도로는 대왕판교로와 연결된 2~4차선 달래내길, 청계산 옛골을 거쳐 서울 서초구로 이어지는 2차선 달래내길, 대왕판교IC를 통한 경부고속도로 등 3개가 유일하다. 정부와 경기도가 각각 내세운 '창조경제밸리', '뉴딜사업 시범도시'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교통 문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판교에서 제2테크노밸리로 들어오는 현재 유일한 통로라 할 수 있는 길은 왕복 2차선인 달래내길뿐이다. 그마저도 바로 옆에 내천이 흐르고 있어 비가 많이 오면 잠길 위험에 놓여 있다.

현재 제2테크노벨리에 유일하게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단지인 판교이노베이션랩에 다니는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교통 전쟁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GH와 LH에게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판교이노베이션랩에 입주한 기업 대표 B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기업이 지식산업센터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통 입지다. 물류 이동이나 미팅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할 때 접근성이 우수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출퇴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비가 오면 유일한 통로로 들어오는 길이 막혀 무서워 직원들 걱정뿐이다. 버스도 한시간에 하나씩 오는 이곳에 누가 입사할지 궁금하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H는 지난해 제2·3 테크노밸리 사이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위(고가도로)를 지나 대왕판교로 이어지는 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드나들 수 있는 IC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왕판교로로 이어지는 2~4차선 달래내로를 4~6차로로 확장하고 대왕판교IC 개선 및 Ex-Hub 설치, 금토천 자전거도로 개설(제1판 테크노밸리와 판교역 연계) 등도 계획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제1판교테크노밸리로 가는 방법은 여전히 대왕판교로 하나뿐이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판교역도 지금처럼 대왕판교로를 거쳐서 가야 한다. 제2·3판교테크노밸리의 신설 주택, 입주 기업, 거주·유동인구 등을 고려할 때 교통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판교이노베이션랩에 입주한 기업 대표 C씨는 "지금도 판교는 아침 출근길 교통지옥이다. 근데 제2·3테크노벨리가 들어서면 이 인원들을 위한 도로 확충이 필요한데 제대로된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면서 "지금도 차 없으면 출퇴근 하기 힘들고 가장 가까운 역인 판교역만 해도 오래 걸린다.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제2테크노밸리 산업단지 공사장 금토로80번길. (사진=전현건 기자)
제2테크노밸리 산업단지 공사장 금토로80번길. (사진=전현건 기자)

현대·한라건설, 건설자재 불법 적치…기업인들 "LH도 방관"

교통대란을 뚫고 제2판교테크노벨리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왕복 4차선인 중앙 메인도로인 금토로80번길은 목재, 유리, 콘크리트 블록 등 공사 자재가 도로 전체를 거의 차지하고 있어 양방향 동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 그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 산업단지는 현재 지식산업센터단지 1개 빌딩만 완공돼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다. 올해 말에 대부분의 공사가 대부분 완료되지만 공사장 앞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점령한 자재로 인해 출·퇴근이 힘들어지고 방문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는데도 시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사태를 책임져야 할 현대건설·한라건설·DL이앤씨 등 건설사들은 수수방관하고 있어 입주 기업인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다.

무단 불법 적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기업들과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도로를 차지한 건설 자재로 인해 직장인들은 중앙이 아닌 양 옆길을 이용해 한참 돌아와야만 했다. 이로 인한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통제하는 인원조차 없다보니 기업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이 도로 담당인 LH에 민원을 넣어도 건설사들의 무단 적치물들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LH와 건설사들이 이 적치물들에 대한 민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들이 올해 말에야 완공할 예정이라 향후에도 이런 문제점들이 계속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

판교이노베이션랩에 다니는 직장인 D씨는 "벌써 석 달 동안 아무리 LH에 민원을 넣어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도로 주변에 못 같은 것이 많아 자동차 타이어가 수시로 펑크 난다. 최근에 200만원을 들여 모두 갈았다. 그럼에도 불법 적치물들은 버젓이 놓여져있다. 저 공사가 모두 끝나야만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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