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9.03 00:05

NH투자증권 "유가 60달러 유지해야 연간 흑자 달성할 수 있지만 불가능"

부산항. (사진=부산항만공사 블로그 캡처)
부산항. (사진=부산항만공사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중국 등 세계 경기 침체와 반도체 산업 둔화,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우리나라 8월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 1996년 통계 집계 이래 월간 최대 적자를 보였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50억달러에 근접하면서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55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했다. 월간 기준 수출은 22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기존 8월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8월(532억달러)보다 30억달러 가량 더 많았다. 다만 증가율은 두 달째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수입은 661억5000만달러로 작년 8월보다 28.2% 늘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 반도체와 수산화리튬 니켈-코발트 수산화물을 포함한 정밀화학원료 등의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이 185억2000만달러로 91.9% 늘면서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에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7월(-48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무역수지는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1~8월 무역적자는 247억달러로 확대됐다.

2022년 월간 무역수지 현황.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2022년 월간 무역수지 현황.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향후 수출이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간 기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6년(206억달러)보다 나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수출증가율은 10% 내외로 지난해 25.7% 대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지탱해 온 수출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기 부진으로 대중 무역적자 마저 확대되고 있어 올해 연간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하반기 한국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될 전망"이라며 "향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유지해야만 2022년 연간 무역수지가 흑자로 마감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역적자는 중국 수요가 되살아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은 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8월에도 중국 성장세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대중 반도체·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줄었다. 반면 반도체·정밀화학원료 등 우리 산업 생산·수출에 필요한 중간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은 늘었다. 이에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적자규모는 6월(-12억2000만달러)을 정점으로 축소 중이다.

정부도 대중 수출 관리에 나섰다. 8월 31일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해 대중 수출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에너지 가격 급등을 3대 리스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대중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 등에 맞춰 스마트시티와 재생에너지 등 그린산업 분야의 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하반기에 산업·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정례화해 대중국 수출 활동도 지원한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인 만큼 현 경제상황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무역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 이전 수지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흑자가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37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883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수입 증대에 따른 상품수지가 쪼그라든데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도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5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지난 1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 1분기(0.6%)에 이어 2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 4분기 매분기 0.1~0.2% 가량 성장하면 2.6%에 도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러스 성장만 하면 2.6% 수준으로 달성이 가능하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2분기 성장률(0.7%)은 속보치와 잠정치가 동일했으나 속보치 대비 잠정치에서 민간소비는 0.1%포인트, 정부소비는 0.4%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소비 부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8월 소비자물가가 5.7%로 석 달 만에 6% 아래를 기록했으나 추가 금리인상, 수해, 이른 추석에 따른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9월에는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역적자 지속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분기에도 부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2분기 경제성장률이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에 의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 및 높은 물가 등으로 민간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내외 수요의 동반 약화에 따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