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9.04 17:07

대구서 기자회견…"국민에겐 문재인 정부 만큼 윤석열 정부 지적할 자유 있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3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잠시 울먹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잠시 울먹이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4일 대구를 방문해 "국민 모두, 특히 국민의힘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 대해 지적할 자유만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당연히 대통령인 당원도 당 대표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내부총질이라 지적하고 그 모욕적인 내용을 회람할 수 있다. 그것은 본질에서 동일한 자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광석씨가 우리곁을 떠나던 1996년, 대구는 이미 정치권에 죽비를 들었던 적이 있다"며 "제15대 총선에서 집권 민자당이 김종필 총재를 민자당에서 거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종필 총재는 갈라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 뒤에 신한국당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만들어내는 것에 실패했고, 대구에서는 13개의 의석 중 2개만 신한국당이 가져갔다"며 "잘 아시는 것 처럼, 그 뒤에 김영삼 대통령은 당에 대한 장악력이 서서히 줄고, 대선을 앞두고는 3김 청산을 내세운 이회창 후보가 득세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며 "대구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그들의 침묵에 대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암묵적 동조에 대구는 암묵적으로 추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말했다가 '배신자', '간신'으로 낙인찍히고, 박근혜 정부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보수진영에서 파문당한 사례를 말한 뒤 "그 휘슬블로워(조응천 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보수진영은 탄핵에 이르는 사태를 겪지 않았을 것이고, 절대자는 불행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 말을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 하나 참지 못해서 날뛰는 사람들은 공부할 만큼 했는데도 지성이 빈곤한 것이겠는가, 아니면 각하가 방귀를 뀌는 때에 맞춰서 시원하시겠다고 심기 경호하는 사람들이겠는가"라며 자신의 '양두구육' 사자성어 사용을 비판했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직격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양두구육은 문제없는 표현이라고 적시한 마당에 이것을 문제 삼은 사람들은 지시를 받았다면 사리분별이 안되는 것이고, 지시도 없었는데 호들갑이면 영혼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고 뱃지를 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저는 대구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고자 이자리에 섰다"며 "세금에 허덕이고 고생할 국민을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던 정치인은 배신자로 몰고, 대구시민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가 되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의 의원들을 위해서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라면서 "'윤핵관'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초선의원들이 그것을 말이라고 앞다퉈 추인하며 사슴이라고 이야기한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을 집단린치하는가?"라며 윤핵관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 한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온 정권, 그리고 처음으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한 대선의 결과, 결코 무너지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며 "복지부동하는 대구의 정치인들에게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더 약해지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공천 한번 받아보기 위해 불의에 귀부한다면, 그 권력자가 아니라 대구시민들이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그들의 침묵에 대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암묵적 동조에 대구는 암묵적으로 추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위해서 용기 있게 말하고 때로는 탄압받을 의지를 갖추고 강자에게는 강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들이 대구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타성에 젖은 정치인들이 대구를 대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5일 당 전국위가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 의결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해서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며 "절반을 훌쩍 넘는 국민이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와중에도 전국위에서 이것에 대해 투표하겠다고 하는 것은 저들의 헌법무시를 정당 차원에서 막아내지 못하고 다시한번 사법부의 개입을 이끌어낸다는 이야기다. 부끄러움과 함께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 "당 대표가 내부총질 한다며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것도 자유의 범위 들어간다. 그를 내친 뒤에 뒷담화 하는 것도 자유"라며 "하지만 그 자유의 범주를 넘어서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구시민께 새로운 약속과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한다. 대구가 한번 더 기적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며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달라. 그리고 대구의 정치인들이 비겁하지 않게 독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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