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9.14 13:34

에너지 수급차질 등으로 경기둔화…유럽 침체 확률 32%, 미국(15%)보다 높아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유럽 경제의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무역경로 등을 통해 우리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14일 발간한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금리인상 가속, 에너지 수급차질 심화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은 지난 7월 26일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해 2022년 세계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중국 성장 둔화, 전쟁 및 코로나 영향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대폭 감소했다면서 4월 전망보다 0.4%포인트 하향했다.

특히 미국의 성장률은 기존보다 1.4%포인트 내린 2.3%로 제시했다. 유로존은 2.6%로 0.2%포인트 낮췄다. 이후 세계경제 상황이 더 나빠진 만큼 IMF 성장률 전망치도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미국은 지난해 팬데믹에서 빠르게 회복됐으나 올 들어 인플레이션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3%로 예상치(8.0%)보다 웃돌자 뉴욕증시 3대지수는 모두 폭락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직전 두 차례의 FOMC에서 금리를 모두 0.75%포인트씩 인상했다. 현재 미 연준 금리는 2.25~2.50% 수준으로 상단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와 동일하다. 연준이 이번에 최소 0.75%포인트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0월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고수할지, 지난 7월과 같이 0.50%포인트 인상으로 응수할지 시장예상이 분분하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고인플레이션 지속과 이에 대응한 급속한 금리인상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 연준의 정책대응이 과도하거나 미흡할 경우 리스크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이 가속화될 경우 금융여건 긴축으로 이어져 미국내 소비 및 투자가 더욱 둔화되고 자산시장도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 또 달러화 강세가 글로벌 파급효과를 통해 신흥국 금융여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장기화 가능성이 주요한 리스크이며 전쟁, 이상기온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지속도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있다. 유로지역은 러시아·중국에 대한 상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그간 다른 국가에 비해 공급차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과거 경착륙 시기와 비교해 최근의 여건을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 모두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인 반면 고용 측면에서는 양호한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미국의 경우 과거에 비해 양호하나 유럽은 부채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책여건을 보면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수요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있지만 견조한 노동시장, 양호한 가계 재정상황 등이 충격의 영향을 완충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도 양호한 고용사정과 축적된 가계저축이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상대적으로 외생적 공급요인의 영향이 더 크고 국가간 정책여건도 상이함에 따라 효과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유럽 모두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으며 단기적으로는 미국보다 유럽의 침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1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도 유럽이 미국보다 높았다.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은 15%, 유럽의 경기침체 확률은 32%로 추정됐다. 

특히 미국·유럽 경제의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무역경로 등을 통해 우리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충격의 원천(수요 또는 공급 충격), 글로벌 경제 파급양상 등에 따라 국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대외수요가 위축될 경우 국내 성장 및 물가오름세가 동시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발 공급충격으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크게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그 전개상황과 경제적 영향을 주의깊게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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