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9.15 16:02

포스코 "3개월 내 압연라인 복구할 것"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냉천이 범람해 침수된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지하설비. 직원들이 진흙과 뻘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포스코가 가장 큰 침수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복구에 총력전을 펼친다. 압연라인은 현재까지 배수 작업을 진행하는 등 복구가 더딘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르면 이번 주중 피해 규모 등을 추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가 지난 12일 2·3·4 고로가 정상 가동에 돌입한 데 이어, 제강공정도 복구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조만간 '압연공정 복구집중 체제'로 전환해 정상화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피해 상황을 종합 파악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 전체적인 피해 추산액과 압연공장의 복구 가동 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일부 제강공정 가동으로 철강 반제품이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며 "제철소 내 모든 공장의 전기 공급은 이르면 다음 주 말에 가능할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6일 새벽 시간당 110㎜ 폭우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채 1시간도 안된 짧은 시간에 침수된 포항제철소.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압연라인 3개월 내 복구 방침…현장은 "1년 걸리는 라인 있을 것"

고로는 정상화됐지만, 냉천 인근에 있어 침수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압연라인은 여전히 배수 및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아직 철강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반쪽짜리 재가동인 셈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압연라인의 배수 작업 진척도는 94%를 기록 중이다. 태풍 '힌남노'로 가동이 중단된 6일 이후 열흘 동안 배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 측은 "침수 피해가 가장 큰 압연라인은 현재까지 피해 규모도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압연라인의 경우, 공장 바닥과 지하시설물에 누적된 토사, 뻘, 오염물 제거를 중점 실시 중이며, 설비 세척, 건조, 부품 수리·교체 등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침수 피해를 받은 유압탱크, 감속기, 변압기, 전기모터 등 긴급 발주가 필요한 품목들을 공장별로 일일이 파악 중이며, 설비공급사들과는 핵심 설비 점검을 위한 국내외 기술전문가 파견 협의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 측은 3개월 내 압연라인 복구를 모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기모터 등 핵심 장치들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지 못 한 상황에서 3개월 내 완전 복구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압연라인에서 롤러 등은 분해해서 세척해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원을 사용하는 전기모터나 전기 관련 장치 등은 침수될 경우 상당 부분 새것으로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전용으로 제작된 장치들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본다면 최소 6개월은 소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원형일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장도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공장 내 라인마다 상황이 다 달라서 짧게는 한두 달이면 되는 라인도 있겠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라인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항제철소 후판 생산 압연라인의 구성도. 반제품인 슬라브를 롤러와 전기모터로 구성된 압연기 등을 통해 압연부터 냉각, 열처리, 초음파검사의 과정을 진행한다. (사진=포스코 홈페이지) 

◆관련 산업 차질 예고…조선 업계, 수급 불안·후판가 인상에 촉각

철강 제품의 생산은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제강' ▲액체 상태의 철을 고체화하는 '연주' ▲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압연'(후공정)으로 진행된다.

반제품인 빌렛(billet)이나 슬라브(slab)를 롤러로 밀어 만드는 압연라인은 완전 복구를 위해 장치 구매, 설치, 시운전이라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포스코는 반제품을 광양제철소로 옮겨 완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완제품인 열연강판, 후판, 스테인리스 스틸, 선재 등의 공급 축소가 일어나며 자동차, 조선, 가전제품, 건설 등 산업 전반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판(6㎜ 이상의 강판)은 부활에 나서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에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의 후판 생산 규모는 연 500만톤으로 선박용 후판 수요의 절반가량을 맡아왔다. 이 가운데 포항제철소는 340만톤을 차지한다. 물론, 후판은 포스코뿐 아니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이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조선 '빅3'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핵심 자재의 수급 불안은 조선 업계의 납기 준수는 물론, 수익성 확보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미 철강 업계에서는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 사태로 후판가가 다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이 보유 중인 후판 재고는 통상 2~3개월 치다. 당초 조선 업계는 올 하반기 후판가 인하를 예상하면서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클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한 조선 업체 관계자는 "보유 재고가 있는 만큼, 당장 생산 차질은 없다"면서도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후판가에 변수가 생기는 만큼,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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