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9.18 07:00

이번 주 중 한미간 최소 0.75%p 역전 재발생…한은, 10월 12일 기준금리 상승 폭 고민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Fed SNS)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Fed SNS)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10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인상 폭을 두고 한은의 고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주 열리는 미국 FOMC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금리 추가 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월과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연준의 정책금리는 3.00~3.25%까지 올라 한국은행 기준금리(2.50%)와 상단에서 0.75%포인트나 차이가 나게 된다. 지난달 25일 해소된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한 달 만에 재차 발생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8.3%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울트라스텝(1.00%포인트 인상)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단 번에 1.00%포인트나 벌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9월에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 이에 빨라야 10월 12일에나 조정이 가능하다. 일단 한은은 보편적인 0.25% 인상을 지속 언급하고 있으나 최근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 관련 질문을 받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분간 0.25%포인트 인상이 기조"라면서도 "다른 충격이 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FOMC 결과에 따라 '다른 충격'이 오게 되면 한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강달러에 따른 최근 환율 급등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정책금리가 0.7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며 "물가 피크아웃을 점차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8%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라는 점, 여전히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점 등에 따라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가파르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9월 FOMC 에서 제시할 미 연준의 점도표에 대한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올해 말 금리 수준이 3.75~4.00%로 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면서 내년 금리 수준이 4.25~4.50% 수준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9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되고 2022년말 목표금리 전망은 4.25%로 높아질 것"이라며 "9월 FOMC 이후 남은 2차례의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최소 0.50%포인트 이상의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6월 FOMC 점도표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3.75%로 제시됐으나 이번에 재차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수준이 연말 4.00%까지 오르게 되면 한미 금리 차이는 1.00%포인트까지 날 수 있다. 금통위가 10월, 11월 두 차례 남아있고 보편적인 0.25%포인트 인상을 연이어 선택하면 한은의 연말 최종금리는 3.0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확실히 된 가운데 인상폭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점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연 2.25%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다만 누적된 가계부채부터 한은의 '빅스텝'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올해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6조4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가계신용은 2013년 1분기 감소한 이후 지속 증가 중이다. 정부의 관리 노력으로 최근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으나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평가 받는다. 

성장 둔화도 우려된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5월보다 0.1%포인트 낮췄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수출 둔화 폭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반영한 결과이다. 정부도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수출은 석 달 째 한 자릿대로 둔화된 반면 수입은 20%대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1~8월 무역수지는 247억3000만달러 적자를 시현 중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에도 불구하고 올해 무역적자는 연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을 넘어설 기세다.

이자 부담 확대나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울트라스텝'을 단행하거나 국내물가 정점이 예상보다 뒤로 밀릴 경우 한은이 '빅스텝'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지난 7월 빅스텝을 선택해봤던 만큼 최초라는 부담도 사라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부보다 내부 현안에 주목하겠다던 이 총재의 입장이 '연준이 끝내기 전 한국이 (금리인상) 끝내기는 어렵다'로 변화했고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악세 폭이 커졌으며 금통위원간 환율 및 내외금리차 관련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점 등은 변화한 한은의 스탠스를 대변한다"며 "한은 기준금리 종착점도 올려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결과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제기될 것"이라며 "연준의 1%포인트 인상, 원화 약세 지속, 9월 물가 재차 반등시 10월 금통위 빅스텝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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