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2.09.16 16:29

3가지 시나리오에 자산규모 총 106.5조…총 영업자산의 43.7% 해당
김주영 "기업은행도 전 부서 대상 ‘정책금융 역할재편’ 문건 작성 주문"

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진제공=산업은행)
KDB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진제공=산업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산업은행이 민간은행에 넘길 우량 거래기업이 공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6일 산업은행이 작성한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을 확보해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기업 신용등급과 업력 등을 감안해 민간 이관 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우량·성숙단계 여신 이관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도를 분석했다.

이에 이관 대상 자산규모는 총 106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산업은행 총 영업자산이 243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3.7%를 민간은행에 넘기는 셈이다.

3가지 시나리오 중 알짜 기업이 대거 포함된 경우 19개 회사, 5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상은 3년 연속 신용등급 AA 이상, 업력 10년 이상, 상장사 및 당행 거액여신 500억원 보유기업이다.

국내 대기업 중 현대제철, LGU+, LG화학,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LG전자, 금호석유화학, 삼양식품, 기아차 등이 포함됐다.

신용등급을 AA-까지 낮추고 비상장, 당행 거액여신이 없는 경우로 확대하면 이관 대상기업은 더욱 늘어난다. 이관 대상 기업 수만 226개 사로, 영업자산도 18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SK하이닉스, 한화솔루션, GS칼텍스, CJ제일제당 등이 추가로 포함돼 사실상 대기업 우량여신을 민간에 넘기는 꼴이다.

해당 문건은 산업은행은 물론 기업은행에서도 IBK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역할재편’ 관련 문건 작성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영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분명히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과 책임경영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내용을 보면 이미 법률 조항은 사문화됐다”며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국책은행 우량여신 매각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책은행은 민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자금을 수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규모와 안정성이 떨어지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경제 안정성이나 신용도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책금융기관을 무력화시키는 민영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이관 작업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산업은행 측은 “우량·성숙 여신과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별기준 등 실무적인 수준의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코자 내부 회람한 바 있으나,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에 이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 보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우량·성숙단계 여신 분류 시나리오3.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산업은행 우량·성숙단계 여신 분류 시나리오3.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