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9.23 10:12

민주당이 1억달러 공여 예산 날리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 서지 않는다는 취지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건 국익 자해 행위…짜깁기·왜곡으로 순방외교 발목 꺾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미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야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발언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김 수석은 발언 경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답변했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영상 속 윤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의미) 기부금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란 설명이다.

김 수석은 또 이 같은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고 전했다.

'말씀하신 분(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며 "이 말씀을 직접 한 분에게 확인하지 않고는 이렇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야권의 공세를 정조준 해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수용하지만,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은 국익 자해 행위"라고 피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0시께 고위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발언이 "사적 발언"이라며 진위를 판명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약 10시간 만에 브리핑을 자청해 해명에 나선 것에는 '비속어' 논란이 자칫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성과에 흠집을 내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실제로 야당은 22일 "외교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이라곤 '이 XX'뿐"이라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해명이 사실이라해도 윤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이 XX들'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은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김 수석은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윤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카메라에 담아 최초로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MBC에 대해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과 유튜버들은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공식발표와 전반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단체 카카오톡방의 한 네티즌은 "현재 미국 상원과 하원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다수 의석이어서 의회 통과가 유력하거니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걱정할 이유가 없고,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하며 동맹국을 조롱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를 비하하지 않았음에도, 앞뒤 내용을 조작하여 허위 왜곡보도를 일삼는 것은 70년 한미동맹을 파괴시키려는 반역행위가 분명하다"고 성토했다.

자신의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 IE대학의 심규진 교수는 23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MBC는 팩트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자의적으로 자막을 달아서 붙였다"며 "이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 국가의 정상을 (외국에) 고자질 하듯이 잘 들리지도 않는 발언을 왜곡해서 미국의 대통령을 비하하고 미 의회를 욕했다는 식으로 근거없이 몰고 간 것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투표로 뽑힌 국가의 수반을 욕보이고 조롱한 것"이라며 "또한 국익에 저해되는 행동을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중파 방송에서 한 것은 찌라시 보다도 못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끝으로 "지금 당장 안티MBC 운동에 돌입해야 한다"며 "MBC의 이 같은 허위 선전, 선동에 대응해 찌라시나 황색 언론보다 못한 왜곡 보도를 하는 MBC에 대해 시청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MBC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취재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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