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09.24 00:15

원화 약세 가속화·공공요금 인상 '변수'…한은 빅스텝 가능성 '쏠쏠'

(사진·이미지제공=픽사베이)
(사진·이미지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4분기의 시작인 10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은 정부가 '물가 정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달이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달이기도 하다.

국제유가나 곡물가 하락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 움직임이 보이면서 10월 물가 '정점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전환 우려 등은 여전한 위험요인이다. 

정부는 일단 10월 물가 정정론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늦어도 10월 이후 점차 물가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른 추석에 따른 농산물 상승세 등으로 9월 물가 상승률이 8월(5.7%)보다 높아질 수 있으나 10월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하락한다고 해도 5%대의 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물가 정점 판단은 결국 국제유가 하락을 전제로 한다.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7월(103.14달러)을 거쳐 8월(96.63달러)에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향후 급격한 상승이 없다면 물가 상승세 둔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잦은 강우와 태풍으로 가격이 급등한 상추·애호박 등 채소류는 추석 이후 기상여건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배추·무 등 현재 가격이 높은 일부 품목들도 9월 말부터 준고랭지 물량이 출하되면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0월 중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해 김장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기저효과에 따른 상승세 둔화도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를 넘었다. 9년 9개월 만에 3%대를 기록했던 만큼 올해 10월 물가에 있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계절변동성을 고려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다.

다만 악재도 여전히 상존한다. 무엇보다 원화 약세가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내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물가 정점 확인이 지속 늦춰지면서 6,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단행됐다. 

이에 미 연준 기준금리는 3.00~3.25%까지 올랐다. 한은 기준금리(2.50%)와 상단에서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 달 만에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다시 발생했다. 이에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강달러에 따른 환율 급등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데 이 같은 원가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도 부추길 수 있다. 

국내 요인도 있다. 생활물가 및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우선 도시가스요금은 10월 정산단가를 1.90원에서 2.3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예정된 상태다.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상한폭을 현재 5원에서 5원 더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23일 에너지위기 극복방안 논의를 위한 산업계 간담회를 열어 "에너지 요금은 아직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황으로 가격 신호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요금의 가격신호 회복을 위해 단계적 요금 정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대용량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라면·스낵 등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물가에 부담이다. 정부는 일단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3일 "최근의 곡물가격 안정세 등을 감안해 업계에서도 가격인상 최소화 등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며 "다음주 대형 식품업체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가격안정을 위한 업계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편 10월에는 물가 정점 확인과 더불어 한은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다.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해 한은 금통위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지난 7월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한 적이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2.50% 수준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만약 한은이 제시한 가이던스대로 0.25%포인트씩 연말까지 인상하고 미국은 연말 정책금리를 4.5%까지 인상하게 된다면 연말에는 한국과 미국 간의 정책금리 역전폭은 1.50%포인트까지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최대 1.50%포인트까지 확대된 바 있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인플레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만큼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외여건이 7월 이후로 크게 변화한만큼 한은으로서도 빅스텝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10월 금통위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총재의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고려하면 한은의 연내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0.25%포인트의 점진직 인상을 언급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FOMC 결과를 받자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 다음 금통위까지 금통위원들과 함께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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