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2.10.02 09:59

금리변동 등 위기상황 속 RBC 관리방안 부재…위험자본 설정도 검토한 바 없어
2년간 수조원 규모 해외투자해 수십억 환헤지비용 발생, 리스크위원회서 논의도 안해
'소비자만 봉' 보험영업 조직 DB사업팀 원금손실 해지에도 방관, 13·25회차 유지율 '뚝'
"디지털 강화한다"면서 업무경력 없는 IT비전공자가 감사업무 담당하는 검사역 맡아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사진제공=농협금융지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사진제공=농협금융지주)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능력 '낙제점'을 받았다. 금리 민감도 확대를 예상하고도 RBC 관리에 소홀했으며, 해외 PF투자에 수조원 규모를 쏟아부었지만, 수십억원의 환헤지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험영업에서는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데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기존 보험을 해지하는 일이 빈번했고, 13회차와 25회차 유지율이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IT검사역을 줄이고 업무경험이 없는 IT비전공자가 감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농협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영유의사항(6건)과 개선(19건)사항을 공시했다.

농협생명은 유가증권에 대한 계정으로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금리 민감부 채권이 증가해 지급여력비율(RBC)의 민감도가 이전대비 크게 상승했다. 가용자본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무건전성 분석과 제고방안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적발됐다.

지난해 RBC비율의 금리 민감도 확대를 예상하고도 가용자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매도 가능증권 평가이익이 변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내부 관리지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의 RBC는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일시에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한 탓에 보험사의 RBC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제(ORSA)제도 도입을 결정하고도 내규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금리 상승시 유가증권 평가손실 발생분이 RBC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잠재 취약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농협생명은 '해외투자 확대를 위한 자산P/F 다변화 계획'을 마련하고 수조원을 단기간에 외화채권 등에 투자했으나, 환헤지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전산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최근 수십억원의 환헤지비용이 발생했다. 해당 기간 중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환헤지 현황과 관리 대책 등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어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해외투자 확대과정에서 해외ETF 기준가를 허위 보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내부감사 실시나 보고가 지연되는 등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했다.

자산운용부서에서는 '특정 계열사 거래비중', '공동투자 실적' 과 같은 투자에 대한 성격과 무관한 사항을 자체 평가항목에 포함시키면서 주기적으로 실적을 관리해왔다. 자회사 시너지 평가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투자의사결정을 할 소지가 있어 성과지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NH농협생명)
(사진제공=NH농협생명)

◆보험영업조직 내부통제 문제…소비자피해 발생

농협생명 DM사업팀에서는 연금보험 고객에게 종신보험 가입을 유도하면서 기존 보험계약 해지시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등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생명 다이렉트사업국은 전화를 이용한 보험모집 및 전화연락 후 대면영업을 통해 보험모집하는 DM(Direct Marketing)사업팀과 온라인을 통해 보험모집을 하는 CM(Cyber Marketing) 사업팀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DM사업팀은 사업팀 내 7개의 TM지점을 1차, 2차, 3차 지점으로 구분해 1차지점 암·질병 등 소액 정기보험, 2차지점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 3차 지점 종신보험 등 고액 보장성보험을 모집한다.

2차 지점과 3차 지점의 주력 판매상품인 연금보험과 종신보험 모두 상대적으로 보험료 수준이 높아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험을 해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단기간에 해지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DM사업팀 내 보험영업 담당 관리자는 이러한 문제를 알면서도 원인파악과 대응에 소홀히하는 등 내부통제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DM사업팀 내 저축성보험을 주로 모집하는 하나로TM 지점(2차 지점)의 경우 보험계약 유지율이 13회차와 25회차 사이에 크게 하락하는데도 원인 분석이나 개선방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M채널 모집인 교육에서는 보장성보험에 대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을 유발하거나 보험상품에 대한 절판마케팅을 강조하는 등 소비자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IT부문 감사에서는 감사일수를 현저하게 줄이고, 감사부 내에 IT분야 업무경력이 있는 직원을 감축했다. 또 감사부에서 IT감사업무를 담당하는 검사역 중에 IT분야 업무경력이 없는 IT비전공자(유관자격증 없음)로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원후보추천위 제대로 작동 안돼…수련원 매년 손실 지속

농협생명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에 대한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하지만 위원회가 대표이사를 추천하더라도 농협금융지주에서 추천한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한다고 별도로 정하면서 임추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생명 보험계약자와 농협조합원 등을 위한 수련원 운영에서는 매년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자본규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손실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노후화된 정보처리시스템 장비 운영도 문제다. 일부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는 제조사의 기술지원이 종료된지 3년 이상 경과해 장애발생시 대응이 어렵고 취약점을 악용한 침해행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업 부서의 테스트용 데이터 변환 신청시 IT부서의 고객정보 포함 여부에 대한 검증이 미흡해 일부 소속 설계사 계약정보가 변환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사진제공=NH농협생명)
(사진제공=NH농협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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