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0.05 09:30

배추 95.0%, 무 91.0% 급등…외식물가 30년 만에 최고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추석 연휴 등에도 불구하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둔화되면서 두 달째 5%대에 그쳤다. 다만 농축수산물 오름세 영향으로 외식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보다 5.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를 넘은 뒤 11월(3.8%)과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이어 3월(4.1%)과 4월(4.8%)에는 4%를 돌파했고 5월(5.4%)에는 5%를 넘어선 뒤 6월(6.0%)과 7월(6.3%)에는 6%대로 올라섰다. 8월에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 영향으로 5.7%로 떨어진 뒤 9월에도 소폭 하락했다.

1~9월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 수준이다. 이에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하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10월을 물가 정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물가가 늦어도 10월경, 이번 달 정점이 되거나 지났기를 희망한다"며 "전반적인 수준은 높지만 서서히 내려가지 않을까한다"고 언급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이날 "7월 물가(6.3%)가 정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월 '물가 대응'을 위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가 3.00~3.25%로 한은 기준금리(2.50%)를 상단에서 0.75%포인트 역전한 만큼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이 9월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자 '전제조건이 달라졌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장에 내비쳤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한편 9월 소비자물가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에 비해 7.2%, 서비스는 4.2%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6.2% 올랐다. 농산물은 8.7%, 축산물은 3.2%, 수산물은 4.5% 각각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는 22.1% 급증했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배추(95.0%), 무(91.0%), 돼지고기(4.1%), 수입쇠고기(12.7%), 파(34.6%), 풋고추(47.3%), 포도(14.5%) 등이 크게 올랐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8.7%)과 석유류(16.6%)가 모두 오르면서 6.7% 상승했다. 석유류는 경유(28.4%), 등유(71.4%), 휘발유(5.2%)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상승률은 전달보다 둔화됐다.

서비스의 경우 집세(1.8%)와 공공서비스(0.7%), 개인서비스(6.4%)가 모두 오르며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2.5%), 월세(0.9%)가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부동산중개수수료(-7.7%), 유치원납입금(-19.1%) 등이 내렸으나 외래진료비(2.3%), 국제항공료(18.0%)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9.0%)과 외식외(4.5%)가 전부 상승했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은 1992년 7월(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재료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1.01로 1년 전에 비해 6.5%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5.8%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6.88로 4.5% 상승했다. 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5.71으로 4.1%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9월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정부의 정책 노력 등으로 2개월 연속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5%대 흐름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10월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급,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물가 관련 주요 요인들을 지속 점검하면서 적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월부터 민수용(주택용과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된다.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당 16.99원에서 2.7원 인상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9.32원으로 조정된다. 서울시 기준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이 월 3만3980원에서 3만9380원으로 54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도 4분기 ㎾h(킬로와트시)당 7.4원 오른다. 이에 따라 월 평균사용량 307㎾h의 4인가구 전기요금은 2270원 가량 인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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