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0.05 17:12

이용 "문 전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면 고소·고발에 집단 린치 있었을 것"
김윤덕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떠올라…공개적으로 예술인들 압박"

'윤석열차'(왼쪽) 카툰 vs. 2019년 영국 일간지 '더선' 만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더선' 캡처)
'윤석열차'(왼쪽) 카툰 vs 2019년 영국 일간지 '더선' 만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더선'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웹툰 작가 단체인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만화 수상작을 엄중 경고 조처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웹툰협회는 지난 4일 밤 웹툰협회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문체부가 문제삼은 두 가지 주장에 대해 모두 반박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4일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라는 작품이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것이어서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라는  점과 '국민세금 102억원이 지원되는 공모전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처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웹툰협회는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이고 해당 수상작은 카툰 부문 수상작이다.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춤 맞을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나이 어린 '학생'이라는 지적엔 3·1 만세운동에 나섰던 당시 유관순 열사의 나이가 만 16세였고 공직선거법에서 만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음을 들어 "고등학생의 정치적 견해와 관련한 토론과 논쟁은 문체부 주장과는 반대로, 우리 사회가 고취해야 할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적 물의'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라며 "정치와 사회에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런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웹툰협회는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님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이냐"며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 및 만화창작자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5일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밀실에서 이뤄져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번에는 아예 공개적으로 예술인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예술인들에게 경고한 문체부를 더 엄중하게 경고한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지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부터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일으킨 건 문재인 정권이 시작"이라며 "만약 지난 정부에서 얼굴을 문재인 열차로 바꾸고 차장을 김정숙 여사로, 탑승자를 586 운동권과 시민단체, 김정은으로 했다면 제재는 물론이고 고등학생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하고 온라인상 집단적 린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 작품에 대한 표절 논란도 한창 진행중이다. 이 작품이 2019년 영국의 일간지 '더 선'에 실린 만평 '영국 총리 열차'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만평은 2019년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얼굴을 한 기차와 기차 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석탄을 넣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만평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하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그렸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 모집요강에 따르면 응모작은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에 한정된다. 표절, 도용, 모방작으로 인정되는 작품은 당선된 이후라도 무효 처리 및 시상금이 회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라는 카툰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고, 기차에 놀란 시민들이 피하는 모습을 담았다. 기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앉아 윤 대통령에게 뭔가 말하고 있고, 뒤로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빼 든 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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