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2.10.11 18:42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은행건전성 2등급으로 상향
2023년 잔여 부실 정리 후 디지털 뱅킹 도약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부코핀은행 본점 전경. (사진제공=KB국민은행)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증자를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11일 KB부코핀은행에 대해 보유 지분율 67%에 해당하는 증자대금 8조4360억 루피아(한화 793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인수를 위해 총 4130억원을 지출했다. 2018년 22% 지분 인수에 1164억원, 2020년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39억원(11.9%), 2020년 8월 제3자 유상증자(33.1%)로 2527억원을 투입해 현재 67% 지분을 확보했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뒤에도 자본투입은 계속됐다. 2021년 부코핀은행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국민은행은 3935억원의 부담을 떠안았다.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오히려 반등의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는 주요 수출 원자재들의 가격 상승과 공급망 투자 증가 등으로 경기회복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내수 회복과 함께 가계대출 성장세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ASEAN 최대 경제 대국으로 세계 4위의 인구(2.7억명) 규모를 바탕으로 올해는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5.2% 경제성장률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거점 이동과 친환경 정책의 확산 속에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조코위 2기 정부는 1기 때와 달리 원자재를 단순히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으로 와서 원자재를 가공하거나 관련 제품을 생산해 자국 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지난해 9%에서 올해 상반기 35%로 크게 증가했고, 내국인직접투자 증가율도 지난해 9%에서 올해 상반기 28%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증자로 부코핀은행의 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2023년까지 잔여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단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T 중추 사업인 차세대은행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기존 시스템에 선진화된 IT 기술과 비대면 채널을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2024년부터는 ‘Simple, Easy, Fast’ 방식의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대출 상품 및 특화된 중소/중견기업 대출을 선별적으로 확대해 우량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량자산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모기지, 자동차대출, 급여이체, 공급망 금융 확대 등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영업과 더불어 개인 및 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2단계를 거친 이후 2026년부터는 영업 전반에 걸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수익성을 감안한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 추진을 확대한다.

궁극적으로는 KB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현지법인 중 KB국민카드의 KB FMF(KB Finansia Multi Finance)와 KB캐피탈의 SKBF(Sunindo-Kookmin Best Finance)는 각각 중고 자동차, 오토바이와 신차를 주요 영역으로 삼고 있다. 두 기업은 안정적인 자산 성장과 더불어 수익을 시현하고 있어 향후 KB부코핀은행의 리테일 사업 고도화 과정에서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KB증권의 현지법인인 KB Valbury Sekuritas는 KB부코핀은행과 협업해 투자용 증권연계계좌를 개설하는 등 고객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 및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KB Valbury Sekuritas는 2000년도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중견 증권사로 연간 ROE 12.1%(2021년 3분기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 18개 지점망을 보유해 리테일 브로커리지에 강점을 지녔다. 

한편 인도네시아 금융당국도 부코핀은행에 대해 최고 건전성 등급을 부여했다.

현지 금융당국인 OJK는 부코핀은행에 은행종합건전성등급(RBBR, Risk Based Banking Rating) 중 2등급을 부여했다.

RBBR은 총 5등급으로 나뉜다. 기업지배구조, 리스크 프로파일, 수익성, 자본적정성 등 4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연 2회 등급을 책정한다.

인도네시아 내 우량은행은 대부분 2등급이며, 부코핀은행은 국민은행이 경영권을 획득한 지난 2020년 9월 이전부터 RBBR 3등급 이하로 평가받고 있었다. 기존 3등급은 신규 상품 출시가 제한되는 등 영업 확대의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에 2등급으로 상향되면서 디지털 뱅킹 서비스 및 신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세계 신용평가사 중 피치도 부코핀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인도네시아 등급 척도에서 가장 최고 등급인 AAA(idn)로 평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종료 및 RBBR등급 상향을 기점으로 과감한 자본 투입을 통해 우량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코핀은행은 현지 진출한 KB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해 현지 우량 중형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할 수 있는 은행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