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0.13 13:00

한화큐셀 진천공장, 국내 7600억 투자…내년 '탑콘' 이어 '탠덤' 상용화 앞둬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사진제공=한화큐셀)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 12일 방문한 한화큐셀 진천공장은 '스마트 공장'하면 으레 떠올릴 만한 모습이었다. 하얀 바탕 위 깔끔하게 정돈된 공장라인은 사람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위에는 로봇팔 등 기계 설비들이 가득했다. 

반대로 현장 근무자들은 오히려 눈에 띄지 않았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한 덕이다.

태양광 셀의 원재료인 웨이퍼 입고부터 셀을 모아 만든 모듈 출하까지 모두 자동화했고 제조 실행 시스템, 작업 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작업 내역 추적 관리 등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탄탄히 구축했다. 현장 근무자들은 인력이 꼭 필요한 작업을 제외하면, 혹시 모를 사고 및 오작동에 대비해 손목에 스마트밴드를 차고 대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라인에 이상이 생기면 스마트밴드에 실시간으로 알림이 와 조치할 수 있다. 요란한 기계음이 가득했지만, 작업자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아 되레 고요하게 느껴졌다. 

한화큐셀 태양광 셀 제조 공정 모습.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 태양광 셀 제조 공정 모습. (사진제공=한화큐셀)

◆셀 라인 12개·모듈 라인 8개…연간 720만명 쓸 수 있는 전력 규모 생산

한화큐셀 진천공장은 축구장 26개 규모인 5만7000평 부지에 2개 동으로 구성됐다. 태양광 발전의 기본 소재인 셀과 여러 장의 셀을 판에 붙여 만드는 모듈을 생산한다. 셀 라인은 12개, 모듈 라인은 8개다. 지난해 기준으로 셀 4.5GW 모듈 1.6GW 생산 능력을 갖췄다. 4.5GW는 연간 720만명이 가정용으로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총 2056명의 인원이 이 공장에서 셀과 모듈을 생산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화큐셀 셀 제조 공정 모습. (사진=전다윗 기자)
한화큐셀 셀 제조 공정 모습. (사진=전다윗 기자)

진천공장의 셀 제조 공정은 크게 ▲웨이퍼 투입 및 검사 ▲표면 에칭처리 공정 N층 확산 공정 ▲RP막 형성 공정 ▲반사방지막 형성 공정 ▲전극 형성 ▲검사 및 분류 공정 7단계로 나뉜다. 

우선 카메라를 통해 웨이퍼의 결함을 자동으로 검사하며 문제없는 웨이퍼에는 식별 기호 '트라큐'를 새긴다. 표면 에징처리 공정을 통해 웨이퍼의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고, P형 웨이퍼에 N층을 까는 작업을 진행한다. 전자가 P극과 N극을 오가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이다.

이어 RP막 형성 공정을 진행하는데, 셀 후면에 반사막을 깔아 셀 안쪽으로 빛을 재반사시켜 효율을 높이는 핵심 작업이다. 이후 셀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지 않고 흡수되도록 빛 반사방지 코팅을 하고, 셀에서 생성된 전기의 이동 통로를 만들어주면 셀 생산이 완료된다. 불량품 검사 및 분류 공정으로 최종 마무리한다. 

한화큐셀 임직원이 모듈 제조 공정 과정에서 결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한화큐셀 임직원이 모듈 제조 공정 과정에서 결함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모듈 제조 공정은 크게 ▲태버 공정 ▲숄더링 공정  ▲전면 유리·EVA·셀 매트릭스·EVA·후면 유리 및 백시트 로딩 ▲라미네이트 공정 ▲트리밍 공정 ▲큐어링 공정 ▲시뮬레이터 공정 ▲EL테스트 공정 8단계로 진행된다. 

셀을 반으로 자르고 와이어로 연결해 배치하고(테버 공정), 와이어로 연결된 셀을 서로 연결(숄더링 공정)해 셀 메트릭스를 이룬다. 이후 전면 유리·EVA·셀 매트릭스·EVA·후면 유리 및 백시트 로딩 작업을 거치고, 로딩된 각 자재를 압착해 하나(라미네이트 공정)로 합친다. 

트리밍 공정은 라미네이트 공정에서 빠져나온 부분을 깎아내는 작업이며, 큐어링 공정은 모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 등을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이다. 성능 테스트인 시뮬레이터 공정과 결함 확인 작업인 EL테스트 공정을 마치면 모듈 생산이 완료된다. 

한화큐셀이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들. (사진=전다윗 기자)
한화큐셀이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들. (사진=전다윗 기자)

◆중국 약진, '기술'로 극복…내년 탑콘·2026년 탠덤 상업화

태양광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주요 국가·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나서며, 태양광 산업은 비약적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66억달러(약 92조원) 수준인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131억달러, 2030년 2514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역시 최근 방산과 함께 태양광을 양대 축으로 삼는 조직 개편에 나섰다.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한화솔루션 내 비태양광 사업 부문을 분할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 총수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 과정에서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김 부회장은 올해 2분기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낸 태양광 사업을 주도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 76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맞춰 태양광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중국의 약진이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설비 증설로 저가 공세를 펼쳐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폴리실리콘(63%), 잉곳(95%), 웨이퍼(97%), 셀(79%), 모듈(71%) 전 부문에서 압도적이다.

중국 제품의 한국 시장 침투도 거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모듈의 중국산 점유율은 지난 2019년 21.6%에서 2021년 상반기 36.7%로 늘었다. 셀에서도 중국산 점유율이 61%에 달한다. 

한화큐셀이 제시한 돌파구는 기술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주로 '업스트림(소재)'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한화큐셀은 '미드스트림(태양전지·태양광 모듈 등)'에 주력하고 있다"며 "10년 이상 태양광 셀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확보한 역량으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쟁사 대비 동등하거나 우위인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 확대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기존 퍼크(PERC)셀 보다 1%포인트 이상 효율을 향상시킨 '탑콘' 셀을 오는 2023년 4월부터 상업 생산하고, 2026년 6월에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을 양산하겠다는 기술 로드맵도 공개했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 셀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빛을 반사시켜 발전 효율을 높인 제품으로 평균 효율은 약 23%다. 이에 비해 탑콘은 셀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 기존보다 발전 효율을 높였다. 현재 시제품의 효율은 약 24.4%가 나온다. 셀의 효율이 올라가면 모듈 설치 면적 대비 전력 생산량이 늘면서 작은 면적에서도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MW 용량의 탑콘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총 1800억원을 투자해 한국공장의 셀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GW에서 5.4GW로 확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중 1300억원이 탑콘 셀 양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에 쓰인다.

최경덕 한화큐셀 운영팀장은 "탑콘 셀 제조 공정은 기존 퍼크 셀 제조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탠덤' 셀 시제품.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탠덤' 셀 시제품.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은 탑콘 이후의 차세대 셀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R&D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독일 헬름홀츠연구소(HZB)와 협력해 최대 28.7% 효율의 기록한 탠덤 셀을 개발, 자체 최고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탠덤 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해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대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탠덤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44% 수준이며, 실제 양산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병기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두 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가진 탠덤 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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