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0.21 13:58

박우식 "100억 CD 30장 있어…민주당 거물 정치인의 것"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사진=이정근 전 부총장 공식블로그 캡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사진=이정근 전 부총장 공식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가 박우식(63)씨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0월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오래전부터 여러 정치인과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씨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할 때 100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보여주며 친노 인맥을 과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 관련 법조 관계자 A씨는 "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SNS를 통해 100억원짜리 CD를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며 "이때 박씨가 '이런 CD가 30장 있다. 이것은 민주당 거물 정치인 ○○○의 것이다. 이것을 현금화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도 이 같은 내용의 정보를 입수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도성예금증서(CD)는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다. 현금지불기(cash dispenser:CD)와 구별하기 위하여 NCD라고도 한다. 은행이 정기예금에 대하여 발행하는 무기명의 예금증서로 예금자는 이를 금융시장에서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다.

1961년 미국의 시티은행을 비롯한 대은행에서 주로 증권시장으로 유입하는 기업의 여유자금을 흡수할 목적으로 CD를 발행한 이래, 미국에서는 대규모로 발행하게 됐다. 영국에서는 1968년 10월부터, 일본에서는 1979년 5월부터 CD가 발행됐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시사저널'에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CD 현금화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할 때 현금 대신 받은 CD일 뿐, 정치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알선해준 대가로 박씨로부터 9억4000만원을 받고, 이 외에도 21대 총선 선거비용 3억3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과거에도 정치권 인사와의 '대형 스캔들'에 연루됐었다. 박씨는 지난 2008년 터진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의 주인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씨는 산은자산운용(650억원), 한국교직원공제회(550억원), 제일상호저축은행(430억원)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결국 박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의 인맥으로 친노 인사가 대거 거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회장'이라 불리는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과 박씨의 인연이 2008년 국정감사에서 회자됐다. 박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경 박씨는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또 다시 정계를 뒤흔들었다. 송도사옥 지분을 갖고 있었던 박씨는 송도사옥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원했다. 이를 위해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청원·이우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수십억원의 불법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밖에도, 박씨는 2014년 당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정세균 당시 국회의원을 접촉해 포스코건설의 매입업체 상황, 매각 결정 시기 등을 전달받았다.

박씨는 중요 인물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 항상 녹음을 하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정근 전 부총장의 10억원 금품수수 사건에서도 박씨의 녹음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부총장 측은 알선수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박씨는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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