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0.26 13:26

지난달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6년 걸린 뒤늦은 제재라는 지적 나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로비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지난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검 로비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고, 무해하다고 광고했던 애경산업,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가 제재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전원회의를 통해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이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광고삭제 요청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총 1억10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더불어 애경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인터넷 신문기사 3건을 '처분시효 도과' 등의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한 달여 전인 9월, 헌법재판소가 공정위의 심사 대상 제외가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결정했고, 결국 공정위가 뒤늦게 재조사에 나서 6년 만에 제재하게 됐다. 

공정위의 이번 고발로 애경과 SK케미칼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공소시효를 고려할 경우 검찰은 닷새 뒤인 이달 30일까지 재판에 넘겨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긴밀하게 상호 협의 아래 CMIT/MIT 성분을 함유한 이 사건 제품을 개발하고 각자의 상표를 제품명에 반영, 2002년 10월 솔잎향과 2005년 9월 라벤더향 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 신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으로 인체에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광고돼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애경과 SK케미칼은 2002년 10월경부터 해당 제품을 애경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에 따라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 4일경부터 제품 수거를 진행했다.

다만 애경의 제품 수거는 수거가 용이한 직거래처 위주로 진행됐고 그나마도 2011년과 2012년에 수거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뿐이어서 이후 전국의 소매점에 장기간 이 사건 제품이 판매 가능한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해당 사건 제품은 2013년 4월 2일 소비자에게 판매된 내역이 있고 2013년 2247개, 2014년 486개, 2015년 489개, 2016년 39개가 시중에 유통되어 애경이 수거한 사실이 있다. 또 2017년 3월에도 소매점에 제품이 진열돼 수거되었으며, 2017년 10월에도 사건 제품이 구매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사건 제품의 인체 무해성·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경과 SK케미칼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광고한 행위는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것으로 거짓 ·과장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이 사건 제품을 인체에 안전한 제품으로 인식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애경과 SK케미칼에 시정명령(재발방지) 및 공표명령과 함께 광고삭제 요청명령 부과를 결정했다. 과징금은 애경 7500만원, SK케미칼 35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또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1명, SK케미칼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2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확인 결정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을 재조사해 제품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실증 및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물질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안전', '무해'하다고 광고한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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