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0.26 13:20

유동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 해…정진상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 던졌다"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9년 3월 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해 9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유 전 본부장과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며 그를 설득하려는 메시지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 29일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직전 창문 밖으로 집어 던진 휴대전화에서 정 실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 결과 정 실장은 당일 오전 5시 6분부터 6시 53분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3번 전화를 걸었다. 유 전 본부장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텔레그램에는 '부재중 전화'로 기록됐다.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하지 못한 정 실장은 오전 7시 20분 '안 좋은 마음먹지 말고 통화하자 동규야'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 실장 등에게 불리한 내용을 검찰에 진술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읽혀진다.

정 실장은 압수수색 전날과 당일 아이폰 간 상호 음성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으로도 유 전 본부장과 8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당일 오전 8시 8분께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걸어 7분 39초간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날 통화 내용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해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났다"며 "정 실장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이에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페이스타임을 통해 6차례 연락이 오갔다. 압수수색 전날인 28일 오후 10시 59분엔 김 부원장이 전화를 걸어 5분17초간 통화했다.

유 전 본부장은 두 사람 외에 정민용 변호사,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과도 각각 19차례, 17차례 통화하거나 시도했다.

보안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에는 정 실장, 아내, 친누나, 자녀, 가족 단체방 등 총 5개의 대화방이 개설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텔레그램에 자신과 정 실장, 김 부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무 라인이 참여한 소위 '정무방'이 있었다고 주변에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방은 유 전 본부장과 정 실장, 김 부원장을 등 이재명 대표 핵심 정무라인이 들어가 있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가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이 대표의 변호인단도 이 대화방에 합류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휴대전화가 버려진 지 일주일 뒤에야 경찰에 발견됐다는 점이다. 텔레그램 대화방은 참여자 중 한명이 방을 없애도 대화방 자체가 삭제돼 모든 참여자가 대화방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구조다. 시일이 지나면 포렌식으로도 대화 내용을 복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정무방의 실체 파악 가능성은 미지수다.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통화기록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온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을 상대로 당시 정무방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 실장을 불러 당시 두 사람 사이 오간 대화 내용 및 유 전 실장에 대한 증거 인멸 교사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일 석방딘 후 이튿날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신변보호 요청서를 냈으며 25일 경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 및 그와 사실혼 관계인 A씨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26일부터 유 전 본부장과 A씨의 주거지 순찰을 강화하고, 필요 시 스마트워치와 임시숙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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