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0.27 15:59

"근친혼 부부 '효력 소급' 입법목적 반하는 결과 초래"…24년 12월 31일 이후 효력 잃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사진=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한 것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8촌 이내 혼인은 무효 사유가 된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는 결국 오래된 전통과 시대변화에 따른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현실론과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판정으로 읽혀진다.

헌재는 27일 이혼 소송의 당사자인 A씨가 민법 815조 2호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일부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이 조항은 8촌 이내인 사람들이 서로 결혼할 경우 혼인 무효의 사유가 된다고 정한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화하면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이 조항은 2024년 12월 31일 이후에 효력을 잃는다.

헌재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이유는 가까운 혈족 사이의 관계와 역할, 지위와 관련한 혼란을 막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근친혼이 이뤄져 부부 사이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 일률적으로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면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조항으로 인해 근친혼 당사자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혼인 외 자녀가 됨으로써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혼인 당사자는 배우자로서 누리거나 기대할 수 있던 사회보장수급권, 상속권을 상실해 예측하기 어려운 궁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다만 8촌 이내 혼인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은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가까운 혈족 사이 혼인은 혈족 내 서열이나 영향력의 작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롭고 진실한 혼인 의사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고, 근친혼의 가능성은 혈족 사이에 성적 갈등·착취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외국에 비해 법률혼을 금지한 혈족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 간 가족 관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6촌 사이인 A씨와 배우자는 미국에서 결혼해 수년간 살다 국내로 들어왔다. 귀국 후 합의 이혼에 실패하자 배우자는 두 사람이 6촌 사이임을 들어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2심에서 혼인 무효 판결이 나자 대법원에 상고한 뒤 직접 민법 조항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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