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02 17:46

한동훈 "대법 판례·장기간 소송 따른 유족 고통 고려"

고(故) 장준하 선생. (사진=사단법인 장준하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고(故) 장준하 선생. (사진=사단법인 장준하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법무부가 민주화운동가인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다. 

법무부는 2일 "고(故) 장준하 선생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상고 포기 결정은 약 7억8000만원의 금액이 장준하 선생의 유족에게 지급되게 됨을 의미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긴급조치 제1호 관련 첫 국가배상 항소심 판결에 대한 이번 상고 포기 결정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함께 9년 이상 진행된 소송으로 인한 유족의 고통, 신속한 피해 회복의 중요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오직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경우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이 다를 수 있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되 개별 사건별로 면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장 선생은 과거 박정희 정권 하에서 유신헌법 개헌을 주장하며 '개헌 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다.

그 후 장 선생은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같은 해 12월 협심증에 따른 병보석으로 석방됐지만 1975년 8월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선생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1호는 지난 2010년 대법원에서 위헌·무효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헌법재판소도 2013년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장 선생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2020년 1심에서 승소했다. 정부는 이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달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긴급조치'는 제4공화국 헌법(유신헌법)에 규정돼 있던 헌법적 효력을 가진 특별조치다. 제4공화국 헌법상의 긴급조치 조항인 제53조를 보면 1항에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司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초헌법적인 권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은 장치다. 특히, 2항에서는 '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놨기 때문에 법원의 권한을 뛰어넘는 초헌법적 권한을 행사할 길을 열어놨다. 

특히, 4항에선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司法的)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 당시 이 '긴급조치'는 당시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국민들을 탄압하는 데 활용됐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