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11.04 20:00

권일 "임대료가 분양가 인상 못따라가니 도시형생활주택 외면…미분양 사태 등 당분간 지속"

더샵 반포 리버파크 신축공사 현장. (사진=네이버지도 캡처)
더샵 반포 리버파크 신축공사 현장. (사진=네이버지도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도시형생활주택(도생) 등 전용면적 40㎡를 초과하지 않는 소형 주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다 평당 분양가가 비싼 도생이 부동산 상승기에 책정된 높은 분양가 탓에 저조한 입주율, 계약해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악재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총 71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610가구) 대비 17.8% 증가한 규모다. 이를 면적별로 보면 40㎡ 이하의 초소형 주택의 미분양 물량이 343가구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됐다. 전달(267가구) 대비 28.4% 늘어난 것으로, 전체보다 상승폭이 컸다. 지난해 연말 48가구였던 것을 감안하면 9개월 만에 8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40~60㎡ 이하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596가구로, 서울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60~84㎡ 이하 미분양 물량은 121가구, 84㎡ 초과 물량은 2가구로 집계됐다.

초소형 면적의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높은 분양가로 나온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도생 '더샵반포리버파크'(140가구·49m²)가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입주율이 20%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약 40% 이상은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준공돼 석 달이 지났지만 140가구 가운데 30여 가구만 입주한 것이다. 

더샵반포리버파크 당시 3.3m²(평)당 분양가는 7990만원으로 가구당 평균 17억1156만원의 가격이 형성돼 강남권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줄면서 세입자를 찾지 못한 분양받은 사람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도금까지 처리한 입주예정자들은 적게는 7억3000만원에서 최대 11억원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현재 나온 전세 매물이 최저 6억30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차익을 마련하지 못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을 더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저조한 입주율, 절반에 가까운 계약해지 외에도 분양가보다 더 낮은 14억5000만원에 올라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용산구에서 오피스텔 '용산씨모어'가 분양됐는데 전체 41가구 모두 분양에 실패하면서 대거 미분양이 됐다. 전용 26~29㎡에 분양가가 최고 8억9500만원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포구 노고산동에 공급되는 도시형 생활주택 '빌리브디에이블' 역시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전용 38~49㎡ 소형 규모인데 분양가가 최소 7억8000만원, 최고 13억원까지 책정되면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 최근 2년간 건설사들이 앞다퉈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에는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 수요자들이 '묻지마 청약'에 나서면서 완판되는 분위기였으나 침체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2016년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1809개 사업장 평당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3.3㎡(평)당 분양가 상위 10위 사업장 중 상위 8개 사업장이 강남과 서초 지역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소형 평형의 미분양 물량은 앞으로 더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주보단 투자 목적이 많은 특성상 현재 침체된 부동산 시장, 특히 임차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인가구 특화형 도생이 잘나가는 시기가 있었다"면서 "인기가 있다보니까 분양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 메리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임대수익률도 그것에 맞게 함께 올라야 하는데 임대료는 분양가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이라며 "이런 작은 소형 주택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수요자들도 있지만 가격 장점이 없는 상품들로 인해 점차 미분양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권 팀장은 "당분간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지가 빼어난 고급도생을 빼곤 일반적인 도생은 상황이 점차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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