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08 10:10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특위회의'에서 조수진(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특위회의'에서 조수진(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각각 '검사'와 '경찰'로 잔뼈가 굵어온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격돌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7일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정조준 해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가 두 차례나 멈췄다.

이같은 한 장관의 발언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원 참사가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교통방송(TBS)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만들고 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민주당 전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황 의원은 앞서 지난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 기조가 이태원 압사 참사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를 두고 한 장관이 황 의원과 김씨에 대해 “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비판한 것이다. 

당시 황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기획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짐작가는 바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검찰이 주도하는 검찰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은 오만방자한 검찰만능주의자들일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황 의원은 또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사고가 예견되는 혼잡지역에 기동대는 단 한명도 배치되지 않았지만 마약단속 인력은 50명 넘게 배치됐다"며 "대통령부터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 운운하니 일선경찰들이 어떤 업무를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할지는 불문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 발언에 민주당은 이날 '국회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을 정치적 음모론자라고 평가하는 국무위원의 발언은 경악스럽다"고 꼬집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국무위원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저도 판단한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한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국회 예결특위는 심야에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한 장관은 "제 답변으로 예결위 진행 차질이 된 것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예결위의 진행에 차질을 빚은 점이 유감이라는 뜻이지 황운하 의원과 김어준씨에 대한 발언 자체에 대한 사과는 아닌 것으로 읽혀진다.

이런 가운데,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 것에 대해 "즉각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는 것은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8일 밝혔다.

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며 이같이 적었다.

황 의원은 또 "완벽한 모욕죄"라며 "최근 들어 소영웅주의와 '관종'(관심 종자)에 매몰된 한 장관이 틈만 나면 튀는 발언으로 그 천박함을 이어가던 중이라 놀랍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계속해서 황 의원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황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지독한 검찰 지상주의자들"이라며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검찰 공화국의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한동훈류의 천박한 검찰 주의자들이 법의 이름으로 얼마나 법을 농락할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한 인사는 8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황운하 의원이 한동훈 장관에게 한 발언이 오히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발언으로 여겨진다"며 "한 장관의 경우에는, 실제로 자신이 황운하 의원과 김어준씨의 언행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얘기한 것에 불과하지만, 황 의원의 경우에는 한 장관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