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1.12 06:35

증권가 "경기 위축 우려로 빅스텝 아닌 베이비스텝 무게"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인상폭에 대한 고심을 덜어줄 만한 소식이 미국에서 도착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0.50%포인트가 아닌 0.25%포인트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7%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8개월 만에 7%대로 떨어졌다. 전문가 전망치(7.9%)도 하회하면서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상단에서 4.0%에 달하는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도 속도를 조절하면서, 12월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CPI 발표 전까지만 해도 연준의 최종금리가 내년 중순 6%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5%에 못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가 문제지만 인플레 둔화라는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며 "물가와 고용 모두에서 긴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연준이 5%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할 위험은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상기에서 연준 최종금리가 5%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은 기준금리도 4%를 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물가 대응이 금리인상의 이유였던 만큼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면 경기둔화 방지를 위해 인상속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연준의 금리인상속도가 늦춰지면 금통위의 선택 폭은 확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11일 열린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 2022'에서 이 총재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명분인 요인들에 대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은의 우선과제"라면서도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0.25%포인트씩 오르면서 인상이 시작된 기준금리는 연초 1.0%에서 현재 3.0%로 뛰어 올랐다. 2월을 제외한 6번의 회의에서 모두 인상되면서 10년 만에 3%대에 진입했다. 특히 7월과 10월은 0.50%포인트, 즉 '빅스텝'이 단행됐다. 7월 빅스텝은 사상 최초였는데 11월에도 0.50%포인트가 오르면 역대 최초로 연속된 회의에서 빅스텝이 단행되는 셈이다.

(사진=뉴스웍스 DB)

최근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수출이 10월 들어 2년 만에 감소 전환한 가운데 내년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KDI(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 국내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낮아지는 등 경기둔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미 연준의 속도조절 기대로 인해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는 다소 축소됐다. 물가 상승률의 경우 여전히 5%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7월(6.3%)이 정점이었던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물가대응 명분은 소폭이나마 약화됐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2%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도에 경기둔화가 예상되고 물가상승률도 높지만 조금 내려가는 모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가파르게 할 필요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속도조절 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한은은 11월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하회한 것도 환율 부담에 따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부담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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