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11.12 11:42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세계 3위의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가상자산 가격은 폭락했다.

FTX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FTX 인수 의사를 밝힌지 하루 만에 철회했고, 그 직후 FTX가 파산보호 신청까지 한 것이다. FTX는 바이낸스의 인수 철회 이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던 올해 30살의 FTX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는 물러나고, 존 J. 레이 3세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파산신청서를 보면, FTX의 부채는 100억~500억달러(약 13조~66조원)이다.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다.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파산보호 절차가 어느 정도의 투명성과 신뢰, 지배구조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더 좋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레이 3세 신임 CEO는 "FTX는 오로지 체계적인 공동 절차를 통해서만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며 "성실하고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런 노력을 수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FTX의 파산보호 신청은 충격적이다.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보이저캐피털, 블록파이 등 다른 회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왔다. 

가산자산 가격은 추락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11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만69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24시간 내 1.4% 이상 떨어졌다. 일주일전보다 20.7%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22.4% 하락했다. 이외에 BNB, 바이낸스USD, XRP, 카르다노, 도지코인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 가격도 내리고 있다.

창업자인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뱅크먼-프리드는 유년기를 명문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보냈다.

부모가 모두 이 학교 로스쿨 교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자기자본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한바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비트코인 급등 시기인 201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한 임대주택에서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했고, 여기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2019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를 세워 자체 코인 FTT 발행에 나섰다. 탄탄한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을 갖춘 FTX는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는데, 올해 초까지 끌어모은 자금이 약 320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한때 국내 2위의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파산보호 신청으로 결과적으로 회사의 외연은 급성장했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뱅크먼 프리드는 "오늘 자발적으로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며 "여기까지 오게 돼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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