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15 11:04

장경태 "의료취약계층 찾아가 홍보수단 삼은 건 실례"
김기현 "'관광객 영부인'보다 '선행 영부인' 더 좋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홍보단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홍보단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고리로 때아닌 '빈곤의 포르노' 논쟁이 일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과 12일 그리고 13일까지 연속 3일간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년 '로타'의 집을 방문하면서부터다. 김 여사는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로타라는 어린이를 찾아 위로하고 그의 수술 문제를 논의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방문으로 로타의 사연이 알려진 뒤 국내의 후원 문의가 쇄도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4일 "(병원 측에 따르면) 한 복지가가 김 여사와 어린이가 만난 기사를 접한 뒤 어린이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고 밝혔다"며 "한국 이송을 위한 에어앰뷸런스 비용과 한국 체류 비용 등을 후원하겠다는 연락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헤브론 의료원이 국내외에 더 많이 알려져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 가정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 전체가 희망으로 밝아지게 될 것"이라며 "제가 이런 희망을 주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심장질환 환아 관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캄보디아 정부가 각국 정상 배우자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일정에는 연이틀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 나라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김 여사의 행보는 양국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야당이 해외 순방에 나선 대통령 부인을 향해 '빈곤의 포르노'를 운운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맹공을 가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B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역대 대통령 영부인 중에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느냐"며 "국위 선양을 위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 얼마나 자랑스럽냐. 그걸 가지고 '오드리 헵번이다'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유치하냐"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여사를 향해 '빈곤 포르노 화보를 촬영했다'고 한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정치 테러, 망언 참사"라고 규탄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가난과 고통을 구경거리나 홍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기막힐 따름이며, 상대국과 아픈 어린이에게 외교적 결례와 모욕이자, 상처"라고 질타했다.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측은 '트집 잡기'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사례를 들며 야당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단독 방문을 언급한 뒤 "김정숙이 하면 선행이고 김건희가 하면 참사라는 '정선건참'도 아니고 이런 억지 생떼가 어디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영부인이랍시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과 후마윤 묘지,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 등 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최고 관광지를 쏘다닌 정숙 씨처럼 관광지나 쫓아다니는 영부인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던 민주당이 부끄럽지도 않으냐"며 "저는 그런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배 천배 더 좋다"고 피력했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선행을 생명 존중과 인도적 선행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영부인으로서의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빈곤의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는 빈곤과 성인물인 포르노의 합성어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가난한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가난에 대한 것을 촬영하거나 실태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가난을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가난한 사람의 모습을 소품처럼 사용한 경우에 '빈곤의 포르노'라고 칭한다. 자극적인 편집으로 감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포르노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빈곤의 포르노'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대통령실이 김 여사가 로타를 안고 찍은 사진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 '과도한 홍보'라고 지적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 행사 개최국의 공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외교적 결례이고, 의료취약계층을 방문해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은 더욱 실례"라면서 "김 여사가 '빈곤의 포르노' 화보 촬영을 했다"고 힐난했다.

장 의원은 캄보디아 입장에서 봤을 때 개최국의 권고를 거부하고 캄보디아로서는 어쩌면 타국에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자국의 치부가 드러난 점이 불쾌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김 여사의 의중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빈곤의 포르노'에 빗대서 김 여사의 활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각종 SNS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김 여사가 '헤브론 의료원'을 찾느라고 공식 일정을 '패싱'한 것도 문제 삼았다.

윤재관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국제회의 주최 국가가 자국의 주요한 문화유산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가 똑같은데 그걸 거부해버렸다는 것은 캄보디아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캄보디아를 무시하고 나서 어떻게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겠느냐. 한마디로 국익 훼손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상 배우자들의 공식 행사가 있는데 거기는 가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 그렇기 때문에 김 여사가 공식적인 관리를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로타를 안고 찍은 사진이 세계적 영화배우이자 자선사업가인 오드리 헵번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따라하고 싶으면, 옷차림이나 포즈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희생을 따라하라"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활용하는 사악함부터 버리기 바란다"고 썼다.

한편, 조현동 외교부 차관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배우자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현지 병원을 방문하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조 차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 출석해 '야당에서는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소년의 집을 방문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고 한다'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조 차관은 "주최 측에서 앙코르와트 방문을 배우자들에게 권고 프로그램으로 제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고 의무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참석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배우자가 11명인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우자는 다섯 분이고, 여섯 분은 각자 별도 일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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