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15 15:42

'진묵도예', 천연 돌가루로 만든 검은색 유약 발라 '자신만의 도자기' 제작 체험

무주 적상산 전망대와 주변 풍광. (사진=원성훈 기자)
무주 적상산 전망대와 주변 풍광.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과거에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의 인위적인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청정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전라북도 무주를 여행하면서 도시속에서의 번잡함을 모두 덜어내고 '깨끗한 자연'으로 몸과 맘을 채웠다. 무주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하지만 공기 맑고 물 맑은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로도 점차 알려지고 있다. 

지난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1박 2일 간 무주군을 둘러 본 소감은 한마디로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자연친화적인 삶'과 그속에서 느낀 '고향같은 포근함'이라고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역사'까지 더해진 의미의 무주여행은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무주 적상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경치. (사진=원성훈 기자)
무주 적상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경치.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전망대

무주 양수 발전소 상부 저수지 '적상호' 끝자락에는 '적상산 전망대'가 있다. 첫 인상은 원통형의 거대한 유류저장소 같은 느낌이다. 원통 형태라서 전망대까지 오르려면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적상산 전망대는 '양수발전소 발전 설비'와 '전망대'라는 두 가지 기능이 겸비돼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제 구조물로 출입을 통제해놓은 원통형 중앙부분의 설비가 양수발전 설비인 '조압수조'다.  이 '조압수조'는 발전기가 갑자기 멈췄을 경우 수로의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적상산 사고(史庫).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사고(史庫). (사진=원성훈 기자)

전망대 정상에 오르면 무주 양수발전소 '하부 저수지'와 주변 풍경을 360도 돌아가면서 감상할 수 있다. 늦가을 단풍이 호수와 어우러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조금 더 일찍 10월 말쯤에 이곳을 찾거나 아예 4~5월 봄철에 이곳에 왔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통형을 360도 돌면서 바라본 주변의 장관이 하도 멋지고 장쾌해서, 만일 이곳을 자주 찾는다면 호연지기가 저절로 길러질 것 같은 느낌도 함께 받게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적상산 사고(史庫) 정문앞에서 우측으로 바라본 담장과 사고(史庫).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사고(史庫) 정문앞에서 우측으로 바라본 담장과 사고(史庫). (사진=원성훈 기자)

저 멀리 멋진 산봉우리가 보인다. 향적봉이다. 지난 가을, 무주스키장에서 곤도라를 타고 올라서 그야말로 설국(雪國)의 한 장면을 만끽했던 바로 그 향적봉이다. 이런 향적봉을 적상산 전망대에서 바라보게 되니 시야가 탁 트이는 시원함과 함께 뭔가 무릉도원을 찾은듯한 또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어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듯한 환상속에 빠진다. 

선원각 내부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의 행차 모습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다. (사진=원성훈 기자)
선원각 내부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의 행차 모습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다.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사고(史庫)

적상산 전망대에서 조금 내려오다보면 역사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적상산 사고(史庫)'다. 대략 10계단씩 도합 30계단 정도의 돌계단을 오르니 적상산 사고(史庫)의 정문이 우리를 반긴다. '사고(史庫)'의 뒷쪽은 가장 한국적인 산이 감싸고 있고 '사고(史庫)'의 안마당에는 큰 전각과 작은 전각이 좌우에 포진돼 있다. 큰 전각은 실록각이요, 작은 전각은 선원각이다. 

적상산 사고(史庫) 마당으로 들어서면 산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실록각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사고(史庫) 마당으로 들어서면 산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실록각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 전각들은 모두 양수발전소 저수지 부지에 있었던 것을 저수지로 수몰하기 전에 현재 위치인 적상호 주변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선원각에는 조선왕조 5대 사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적상산 사고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잘 꾸며놨고 조선왕조실록의 편찬과정과 역사를 지키려는 조상들의 노력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도 느낄 수 있게끔 해놨다. 특히, '사고(史庫)'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의 행차 모습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은 것은 특히 볼 만하다. 

적상산 사고(史庫)에서 내려오면 적상호를 바로 만날 수 있다. 파아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 호수의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사진=원성훈 기자)
적상산 사고(史庫)에서 내려오면 적상호를 바로 만날 수 있다. 파아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 호수의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사진=원성훈 기자)

특히, '사고(史庫)' 주변에 있는 호수는 이날따라 파아란 하늘과 멋진 나뭇가지와 호수 주변의 둔덕이 파란색과 갈색 및 분홍색, 빨간색 등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했다. 

진묵도예 공방에서 도자기 플레이트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여성 체험객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묵도예 공방에서 도자기 플레이트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여성 체험객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묵도예

무주를 여러차례 여행해봤지만, 전통 도예공방을 만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묵도예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곤 도예가의 작품들은 한마디로 '단순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도자기의 형태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뭔가 은은한 멋을 풍긴다. 도자기의 뒷면에는 흙을 구워낸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고 앞면에는 고풍스러운 청자의 질감을 잘 살린 도자기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작품에선 순금을 입혀서 구워냈지만 무작정 화려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단순하고 세련된 느낌의 도자기도 있다. 

진묵도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곤 도예가가 실제로 도자기를 굽는 가마앞에서 가마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묵도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곤 도예가가 실제로 도자기를 굽는 가마앞에서 가마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진묵도예 공방'에는 검은색의 평평한 쟁반형 도자기와 정사각형 및 직사각형의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도자기의 원재료로 형태를 만들고 천연 돌가루로 제조한 검은색 유약을 발라 도자기를 굽는다. 초보자도 어느 정도 따라서 만들수 있는 평평하고 네모난 플레이트가 체험자에게 모두 주어졌다. 아주 약간만 변형시킨 도자기를 직접 만들도록 김상곤 작가가 도와줬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에 나선 일행들은 모두 즐겁게 자신만의 도자기를 제작했다. 체험자들이 마치 일류 도예가가 된 듯이 진지하게 도자기 제작에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삼굿구이를 하기 위해 화강암 등을 소나무 장작불에 달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삼굿구이를 하기 위해 화강암 등을 소나무 장작불에 달구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삼굿구이

이번 무주여행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색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삼굿구이'라 불리는 체험이다. 이는 과거 조선시대때 삼베를 삶을 때의 과정을 먹거리에 응용한 특이한 체험이다. 무주군 부남면 장안마을의 박수훈 이장(46세)이 '삼굿구이'를 그대로 재현해 보였다. 이는 혼자할 수 없는 과정이라 체험자들도 삽을 들고 도왔다. 

삼굿구이를 할때 뜨거운 수증기가 바깥으로 세어나오는 것을 박수훈 이장이 흙을 덮어 막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삼굿구이 과정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바깥으로 세어나오는 것을 박수훈 이장이 함석 플레이트로 막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마치 눈사람 모양으로 땅을 파고 눈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는 통나무를 세로로 잘라 솥을 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눈사람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대략 가로와 세로가 20㎝ 정도 되는 단단한 화강암을 준비해 소나무 장작위에 얹은 후 소나무에 불을 붙여 화강암을 달군다. 소나무에 불이 충분히 붙고 화강암이 상당히 달궈지면 눈사람의 머리 부분에 솥을 얹어 놓는다. 그 솥 속에는 계란, 애호박, 돼지고기 삼겹살, 고구마, 감자, 밤 등이 가득하다. 이렇게 한 후 화강암이 달궈진 곳에는 흙과 함께 미리 준비한 대나무 가지를 함께 덮는다. 이와 함께 시골 농가의 지붕으로 많이 쓰이는 함석 슬레이트와 두툼하고 넓적한 나무 판대기를 얹고 그위에 흙을 덮는다. 

이렇게 되면, 삼굿화덕 역할을 하는 뜨거워진 돌무더기의 열기가 삼굿구이통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면서 뜨거운 열과 수증기에 의해 찜통 속에 있는 음식들이 익혀진다. 이런 과정을 경유하면 찜통속의 먹거리들은 그냥 단순히 익혀지는 게 아니라 대나무 및 대나무 잎의 향이 음식에 배게 되면서 아주 독특한 훈제의 맛이 느껴지게 된다. 박 이장은 "무주 장안마을은 도농의 상생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체험마을로 지난 4월 KBS TV에서 고향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에서 소개되면서 전국의 도시민들의 방문이 많아졌다"고 자랑했다. 

장안마을의 한 농가에서 따사로운 햇볕에 말리고 있는 곶감이 풍성하다. (사진=원성훈 기자)
장안마을의 한 농가에서 따사로운 햇볕에 말리고 있는 곶감이 풍성하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 이장의 안내로 찾아간 농가에는 따사로운 햇볕에 말리고 있는 곶감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마당에는 가을 국회가 풍성하게 피어있었다. 농가의 한 어르신이 "농약 하나 안 쓰고 키운 감 하나 잡숴 봐"라며 건네 준 감은 너무나도 달디 달고 맛있었다.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물과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만으로도 넉넉한 무주여행이었는데 이에 더해 감나무 한 그루 전체를 까치밥으로 내어줄만큼 마음이 넉넉한 무주 사람들의 자연친화적인 삶속에서 도시에서 켜켜이 쌓인 내 마음속의 먼지들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조만간 다시 무주를 찾으리라 다짐하면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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