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15 16:17

고(故) 박원순 배우자 강난희씨, 인권위 상대 소송 '패소'

(사진=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법원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개선을 위해 내린 권고 결정에 재량권의 남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박 전 시장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성추행 의혹을 풀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작년 1월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피해자에게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봤다. 그에 따라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씨는 "인권위가 피해자 주장만 듣고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작년 4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강씨의 대리인이었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달 박 전 시장과 피해자 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가 '2차 가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안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비서직을 수행하며 직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박 전 시장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모면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여러 번 이뤄져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강씨 측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과 '셀카'를 찍는 등 친밀감을 표현했고 수년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장 비서직이라는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고 경력을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를 부정하고픈 마음도 있었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피해를 당하면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자의적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역시 "이성 간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기보다 부서 동료, 상하 직원 사이 존경의 표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강씨 대리인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매우 당황스럽다"며 "유족과 상의해 재판부 판단의 어떤 점이 부당한지 밝혀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놓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른바 2차 가해에 나섰던 민주당 인사들도 사건 이후에 대부분 이 용어를 폐기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다. 

2021년 1월,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 사용을 주도했던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원순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발표 이후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이후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저는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저의 잘못"이라며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양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바로 잡아야 할 잘못에 함께 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또한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한편, 2022년 1월 20일,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김잔디라는 가명으로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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