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2.11.18 14:23

문책경고 받아들이면 '판매사 책임' 인정 효과…박홍배 "이복현 금감원장, 외압 통해 '낙하산 인사 의도' 의심"

우리은행 본점. (사진=이한익 기자)
우리은행 본점.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지만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증권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문책경고를 받아들이면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과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약 647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전액 배상했지만, 라임무역금융펀드 운용 담당인 라임자산운용과 스왑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도 부실을 은폐하고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라임펀드는 2017년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투자금과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펀드 등 5개 해외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발생하며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당시 TRS 대출을 주선한 곳이 신한금융투자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우리은행 외에도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총 소송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현재 라임자산운용은 파산한 상태이기에 배상 책임은 오로지 신한금융투자가 짊어지게 생겼다.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금융당국이 판매사인 우리은행에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무게 추는 신한금융투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판 직전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판매사에게만 징계를 내린 게 적정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의 섣부른 판단에 불만을 제기했다.

박홍배 금노 위원장은 “라임펀드의 구조상 만기불일치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금감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은행 측이 분조위의 배상 결정을 수용해 전액 배상한 점도 감안하지 않았다”라며 “금감원이 우리은행 펀드 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그리고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그것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 내부에선 손태승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회장의 연임과 무관하게 주주와 고객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원은 “문책경고를 받아들여 신한증권과 손해배상청구에서 진다면 이사회가 제대로 주주를 위해 역할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사건은 판매사의 책임도 있지만 잘못된 상품을 제조한 라임과 신한금투도 문제가 있는 만큼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행정소송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위원회 조치에 불복하면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사유를 갖춰 금융위 측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중징계 처분 인지 날로부터 90일 이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결국 시간이 촉박한 만큼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정기이사회에서 금융당국을 상대로 이의제기할지, 행정소송을 진행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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