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25 18:00

"최저가입찰제 따라 안전품질 기준 '형식' 그쳐…'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기' 반복"
이상훈 본부장 "낙찰단계서 철도차량·부품 조달가치 적합한 '종합적 가치' 반영해야"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한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한 주요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축사에서 "철도차량은 철도건설, 철도운영, 신호시스템과 함께 철도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철도산업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철도차량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무리 철도노선을 빠르고 많이 건설했다 하더라도 개통 시기에 맞춰 철도차량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개통 효과가 반감되고 철도이용객의 불편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특히 평택~오송 간 복복선화, 인천 및 수원발 KTX 개통 등을 맞아 코레일과 SR이 대규모 물량의 고속차량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신규 도시철도 차량 구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철도차량의 적기 공급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차량 시장을 보면 고속차량은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일반차량은 경쟁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철도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이처럼 독점과 경쟁이 공존하는 철도차량 시장구조 속에서 산업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혁(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박상혁(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또한 "최저가 입찰제로 인한 낮은 품질과 추가 비용 소요 등 철도차량 수급제도의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최저가 입찰제 등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철도차량 시장의 발전과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 세미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과 박상혁·장철민 의원 및 한국철도학회가 주최해 개최됐다. 

이 세미나에서 최진석 한국철도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철도는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있다. 특히 정부는 지속적인 철도투자를 통해 국민들께 이동 편의 제공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그런데 실제 철도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차량의 도입이 필수임에도 철도차량은 특성상 매우 고가이며, 동시에 최소 20년 이상 사용하게 되는 특수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수요자는 공공이며, 공급은 매우 제한적인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차량의 조달은 매우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조선업이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경쟁력에 기초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듯이 철도차량 제조업 역시 미래 우리나라 제조업을 대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철도차량 조달 시장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세미나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철도차량 수급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세미나에 임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발제를 맡은 김원영 궤도협의회 차량정책팀장은 "정부의 상시적 구조조정 수단으로서의 예산통제와 경영평가 그리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운영기관들의 비용절감을 위한 최저가입찰제에 따른 저가 차량수주와 납품이 문제"라며 "철도차량 제조산업에서 안전과 품질에 대한 기준은 사실상 형식적인 것이 되고 오직 최저입찰가 경쟁에 의해서 낙찰이 결정 되어지는 바닥으로의 경쟁에 내 몰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최저가 낙찰로 납품된 철도차량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점은 오랜 기간 전동차 유지보수 업무를 해 오고 있는 운영기관의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저가의 낮은 품질의 철도차량은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비롯된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비판했다. 그는 "5호선 전동차의 경우 스웨덴 ABB 사가 제작 납품한 이후에 제작사가 소멸됨에 따라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이 끊기고 애프터서비스 주체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며 "그렇다 보니 전동차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대체품 개발과 핵심 장치들에 대한 개보수를 위해 적지 않은 유지보수 비용을 들여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될 뿐만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국민 세금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개탄했다. 

김 팀장은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할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최저가 입찰제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의 종합적인 정비가 요구된다"며 "철도차량 제작자 승인기준을 강화하고 정밀 안전진단 개정 및 차량 내구연한을 신설하며 표준정비 및 정비인력 등에 대한 유지보수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품질의 철도차량 양산을 막고 철도차량의 내구성을 강화해 안전과 품질을 기준으로 구매하기 위한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상훈 한국조달연구원 공공조달연구본부장은 "공공 조달 관점에서 입찰제도 대응방안 마련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우선, 입찰단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부품, GPA(정부조달협정)에 따른 선진 철도 부품 등에 국내 철도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참가자격 강화 및 철도차량부품의 R&D 제품 구매, 중소기업 유보분 활용 등을 통한 통상적 현안에 대응하면서 국내 철도차량 및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조달협정(GPA·Agreement on Government Procurement)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및 WTO(세계무역기구)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상의 최혜국대우(MFN) 의무와 내국민대우(NT) 의무적용 대상의 예외 분야로서 무역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정부조달 분야에 비차별원칙을 도입한 협정을 말한다. 도쿄라운드(1979년)에서 정부조달의 국제무역규범에 관한 논의가 전개돼 정부조달협정이 체결됐으며, 이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1994년 WTO GPA가 채택됐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1997년부터 발효했다.

특히 "정부조달협정에 따른 양허대상 철도차량 및 부품 국제입찰에서 입찰참가자격 요건으로서 GPA와 FTA(자유무역협정) 가입국간 철도차량 시장 개방과 관련해 호혜적인 시장개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제입찰 및 계약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평가단계에서는 국가전략 시스템 산업군의 제품 특성을 반영한 실적, 기술, 설비, 인력 등의 종합적 기술력 평가를 통해 성능, 품질, 신뢰성 향상을 위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해 장주기 시스템 산업으로서 철도부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기술 및 품질 평가, 총구매비용 절감의 균형적 평가를 실시하는 구매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낙찰단계에서는 특정시점의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가 아닌 궁극적인 철도차량 및 부품의 조달가치에 적합한 종합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낙찰자 선정방법을 적용하고, 또한 현재 '2단계 경쟁입찰'과 같은 최저가 기반의 가격중심 낙찰자 선정으로 인한 '적격성 미흡 업체가 선정되는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그는 "철도차량 및 부품산업의 종합적 운영환경을 고려한 공공조달 체계 개선방안의 핵심은 '철도부품 공급망 구축'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며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공공조달 측면의 지원체계 구축과 실행은 국내 철도차량 및 부품산업의 해외시장으로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으로서 관련 정책당국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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